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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서 출토 백제 일광삼존불 ‘판박이’ 공개

migiroo 2010. 4. 28. 21:40

 

 

 ●난징서 출토 백제 일광삼존불 ‘판박이’ 공개
      -한겨레 | 입력 2010.04.27 19:20 | 
 
[한겨레] 난징의 육조문물 워크숍에서 한국 참가자들이 얻은 가장 각별한 '선물'은 현지에서 최근 출토된 삼존불상 이었다.

 

 

               

 

 

한국 고대 불상의 원류로 교과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내의 일광 삼존불(광배 하나에 가운데 부처와 양옆에 받드는 보살상을 새기거나 붙인 불상)들과 전체 모양은 물론 얼굴 표정까지도 거의 닮은 유물이 정식 공개된 것이다. 중국 쪽에서 이름 붙인 이 불상의 이름은 '도금동조상'. 구불구불한 화염 무늬가 이글거리는 듯한 광배에 부처와 양옆의 보살상이 은은한 미소를 띤 얼굴로 조각되어 있다. 뒷면에는 '대통원년'이라는 6세기 초반(535년) 양나라 때 연호가 새겨져 있었다.

 

불상을 공개한 난징시 박물관 연구원 왕즈가오는 2008년 난징 도심의 신가구라는 재개발 지구 공사를 앞두고 긴급 구제발굴 도중 다른 불상 조각들과 함께 이 불상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 삼존불 발견은 국내 불교 미술사학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뿌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 고대 삼존불상의 시원이 중국 북조(남조와 대립하며 중국의 중원 북쪽을 다스렸던 북위, 북주 등의 이민족 왕조)가 아닌 중국 강남의 남조에서 흘러왔다는 것을 입증하는 최초의 구체적인 물증인 까닭이다.

 

현재 국내에 전하는 고대 일광삼존불상은 현재 계미년(563년) 명이 새겨진 백제 추정 금동 삼존불(간송미술관 소장)과 신묘년(571년) 명이 새겨진 고구려 추정 금동 삼존불(개인 소장), 정지원이라는 사람의 이름이 새겨진 백제 추정 금동 삼존불(국립부여박물관 소장) 등이 있는데, 중국과의 양식적 영향 관계는 그동안 수수께끼에 싸여 있었다. 남북조 시대 두 왕조의 중간 접경 지역인 중국 산둥성 주청(제성)현 등에서 출토된 삼존상과 매우 닮았기 때문이었다.

 

김리나 홍대 명예교수 등의 일부 불교미술사학자들은 산둥성이 남조 한인 문화의 영향권이었다는 점 등을 들어 남조 불상이 원류일 것이라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펴왔지만, 추정 단계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난징시 박물관 쪽이 워크숍 뒤 공개한 다른 삼존불의 광배 조각들에서도 국내 삼존불들과 크게 닮은 화염문, 연화문, 불룩 솟은 융기문 등이 확인돼 일광 삼존불의 남조 영향설은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될 전망이다. 불상을 분석한 강희정 서강대 연구교수는 "광배 장식, 얼굴 표정 등이 너무 비슷해 국내의 기존 일광삼존불들도 과연 당시 국내에서 만든 것인지 논란이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불상이 있던 절터의 내력과 불상이 안치된 경위는 영원히 미궁에 묻힐 것으로 보인다.

 

애초 불상은 공사장에서 드러난 남조 시대의 옛 우물터를 포클레인으로 허물어뜨리고 파낸 흙더미 속에서 여러 불상 파편들과 같이 발견됐다. 그러나 인부들이 조각들을 대부분 고물상에 팔아넘겼고, 우물터도 파묻혀 그 위에 고층아파트와 상가가 빽빽이 들어선 상태다. 재개발 광풍 속에 고대 한·중 불상 교류의 소중한 단서가 날아가버린 셈이다. 왕즈가오는 오는 30일 대전에서 열리는 호서고고학회에 참석해 이 불상의 발견 사실을 국내 학계에 공식 보고할 예정이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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