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가 있는가?'
>2014.7.21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가 있는가?
-강신주의 책
시내 서점을 찾았다.
근래에 방문이 뜸했지만 전에 자주 찾던 서점이다.
서점은 번화가에 한 불럭 사이에 두 곳이 있었다.
한 곳은 꽤 큰 책방이었고 다른 한 곳은 조금 작았다.
그런데 오늘 가보니 큰 책방은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에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푸드렌드가 자리하고 있었다.
다행히 작은 책방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다만 책방을 1층에서 지하로 옮겨 있었다.
책방 주인이 나이 많은 여자 분이었는데....
낯익은 그 때 그 여자 분이 ‘어서 오세요’ 하고 인사를 한다.
나를 알아보는 인사가 아니고 으레 건너는 인사 같았다.
무슨 책을 살까.....
책방을 둘러보며 이 책 저책을 뒤적거렸다.
“찾으시는 책이 있나요?” 하고 주인이 묻는다.
아마도 사지도 않을 책을 자꾸 뒤적거리지 말라는 것 같았다.
그 때 한 책의 제목이 확 눈에 들어왔다.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가 있는가?’
책 제목이 화두처럼 다가왔다.
‘손 떼면 죽지....’ 하고 책을 손에 들었다.
강신주의 ‘무문관(無門關) 나와 마주서는 48개의 화두’
다분히 철학이 담긴 책 같았다.
책방 의자에 앉아 첫머리 ‘프롤로그’를 읽었다.
‘잠옷을 입고 실내에 있을 수도 없고 실외로 나갈 수도 없다면,
너는 어떻게 하겠는가?‘
이게 뭔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책값이 거금(?) 19.500원이다.
“좀 안 깎아 주나요? 인터넷에선 10% 깎아 주던데....“
늙은 여주인이 고개를 옆으로 흔든다.
주름진 그녀의 얼굴에 다소 경멸스런(?) 표정이 깃들어 있다.
<책값을 깎는 것은 지식인이 아닙니다.>
속으로 그렇게 일갈하는 것 같았다.
페이지가 무려 480이나 하는 제법 두툼한 책이다.
살까 말까 하다가 지식인으로 인정(?) 받고 싶어 지갑을 열었다.
책을 나에게 넘기며 그녀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한다.
“좋은 책을 고르셨군요. 철학이 담긴 책 입니다.”
<읽어 보기나 한 책인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서점을 나섰다.
無門關, 문이 없다는 관문이라는 뜻인데....
주름지고 머리 쉰 그녀에겐 이미 문이 없는 무문관으로 보였다.
뜨거운 오후 햇살이 도로에 부딪쳐 복사열로 변해 덮쳐오니
그야말로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스마트폰의 수온주가 섭씨 32도를 가르키고 있었다.
무문(無門) 혜개(慧開)가 48개의 화두를 선별해 해설을 덧붙인
1228년에 나온 화두 모음집 ‘무문관’ 을 저자 강신주가 새롭게
파헤친 책이란다. 혜개는 중국 남조 양나라 때의 유명한 승려이다.
다분히 불교적인 색체가 배인 책이다.
불교라면 박물관에서 한 10여년 공부 했으니 낯설지는 않다.
스스로 철학자라도 한 강신주가 뭐라고 책을 썼는지....
7월 무더위에 책 장을 넘긴다.
강신주(姜信珠) 소개
1967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다.
사랑과 자유의 철학자.
그는 강단에서 벗어나 대중 강연과 책을 통해
우리 시대의 인문학자가 되었다.
새로운 철학적 소통과 사유로 모든 사람이 철학자인 세상을 꿈꾼다.
연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장자철학에서의 소통의 논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 상상마당 등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출판기획사 문사철의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 강신주는 이성과 감성을 만족시키는 철학자라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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