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농사)의 즐거움~
>2014.7.10
노동(농사)의 즐거움~
산촌, 소호에서는 늦잠을 잘 수가 없다.
아침 공기가 정신을 번쩍 나게 하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는 늘 정신과 육신이 개운치가 않다.
산촌의 아침은 늘 새롭다.
아침 이슬, 안개, 상큼한 공기, 투명한 햇살....
바람소리, 새소리, 숲들이 흔들리는 소리....
그리고 텃밭의 콥콥한 흙냄새....
이런 자연의 맑고 아름다운 소리들이 잠을 깨운다.
오늘 아침 소호는 비와 함께 찾아 왔다.
비는 하루 종일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앞산과 뒷산에는 하얀 안개구름이 걸려 있고,
7월의 숲들은 그야말로 성하의 절정에 이르렀다.
맑고 푸른 산촌의 아침은 생명수를 마신 것처럼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하게 한다.
뒤 켠 텃밭은 주인의 게으름 탓으로(?) 잡초가 무성하고,
관리를 잘 못한 키 큰 작물들은 금방이라도 쓸어질듯 위태롭다.
그래도 고추도 대롱대롱 , 토마토도 대롱대롱, 가지도 대롱대롱
가지마다 매달려 있은 것을 보고 있으면 그것들을 따 먹는
즐거움 보다 바라보는 즐거움이 더 행복하다.
상추, 쑥갓, 고추, 가지, 호박, 파, 부추....
밤고구마, 호박고구마, 물고구마도 한 두렁씩 심었다.
서툴고 엉성한 텃밭 농사일이지만....
농사 일이 얼마나 힘든 노동인지 절실히 깨닫는다.
그리고 서툰 주인을 얕잡아 보지 않고 탈 없이 자라 주고 있는
그들이 정말 고맙고 감사했다.
청 푸른 채소들은 벌써부터 수확하여 먹기도 하지만…….
도심의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더 많다.
그렇지만 내가 먹는 행복보다도 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더 흐뭇한 행복임을 오감으로 느끼게 된다.
내가 지은 농사....
투입한 노동력에 비하면 수확은 형편없지만....
상추, 고추 따서 도심지의 친구들에게 나누어주고
내 식탁에 놓으니 그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날마다 숲과 이야기 하고 흙을 만지면서 사는
산촌에서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비로소 깨닫는다.
(물론 겨울에는 혹독한 추위와 싸워야 하지만....
고통 없는 행복이 어디 있겠는가.
야생초는 추위를 견뎌내야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고,
처절한 고통을 감내해야 진정한 사랑도 할 수가 있다.
소호의 이웃은 불과 서너 체 밖에 되지 않는 산촌 마을이다.
그러나 그 마저도 대부분 늘 비어있는 집들이다.
모두가 주말에만 찾아오는 전원주택이기 때문이다.
이사 오면 나만 홀로 상주하게 된다.
외로움과 함께 살고, 고독함과 시간을 보내고...
앞에도 산이고, 뒤에도 산이고, 옆에도 산뿐인 산촌마을…….
나는 이런 곳에 마지막 여생을 보내려 한다.
다음 달 여름방학이 되면 서울의 고만고만한 외손주 놈들이 내려온다.
비로소 손주 놈들에게 시골 외갓집 생활을 체험 시켜 주게 됐다.
잠자리도 만나게 해 주고, 계곡의 작은 물고기들과도 놀게 해 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보송보송한 누런 ‘흙’을 만지고 놀게 해 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흙의 고마움을 가르쳐 주고,
농사의 고마움을 가르쳐 줘 도심에서 농부의 고마움을 알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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