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 일기/산촌 편지~

산촌 편지(2)-산촌의 밤

migiroo 2014. 10. 31. 20:16

산촌에서 쓰는 편지~
 
▶편지-2
 
>2014.10.31

 

山村


산촌의 밤은 빨리 찾아옵니다.
너무 캄캄해서 달이 없는 밤은 두렵기까지 합니다.
가로등은 고사하고 이웃집 불빛조차 없는 칠흑 같은 어둠입니다.
다만 뒤편 산자락 작은 암자의 희미한 불빛이 유일한 인적입니다.
당신이 있는 도심의 밤은 휘황찬란 그리고 현란 하겠지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도 그 속에서 살았었는데.....
이제 산촌에 사니 너무나 적적하고 외롭습니다. 
솔직히 도심을 탈출하여 거처를 산촌으로 옮긴 것을 조금 후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기가 이제 내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라 생각하니 이것 또한
나의 운명이 아니가 여겨집니다.

 

 

 


오늘은 시월 마지막 날입니다.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가을을 떠나보내는 석별의 눈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산촌의 가을은 너무도 짧은 것 같습니다.
만추의 황홀함과 절망감조차도 체 느껴보지 못했는데......
가을은 벌써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산촌은 벌써 초겨울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아궁이와 난로에 불 지피는 것이 일이 됐습니다.


이제 겨우 본격적으로 산촌 생활한지가 3개월 밖에 안 됐는데.....
어둠에 익숙지 못하고, 고독과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어 합니다.
그래도 낮에는 텃밭일도 하고 마당의 화단도 가꾸고
아궁이에 뗄 나무도 해오는 등 일하는 재미로 지낼 수 있지만
밤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그야말로 외로움과의 싸움입니다.


벌써 사람구경 못한지가 며칠이 됐습니다.
옆에 말을 나눌 사람이 없습니다.
다만 우리 집 삼순이(강아지) 하고만 대화를 할 뿐입니다.
내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그놈은 ‘멍멍...’ 대기만합니다.
내가 그놈 말을 못 알아듣는 건지....,
그놈이 내 마을 못 알아듣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못 알아듣는 것 같습니다.


이제 부터는 외로움과 친해지고,
고독을 사랑하면서 살아야 하겠습니다.
쓸쓸함을 가까이 하고 적막을 즐길 줄 알아야 되겠습니다.
이제는 그리움 같은 감정도 접어 버려야 되겠습니다.
그러나 가장 힘든 일은 사랑의 열정을 버리는 일입니다.
다만 흙을 사랑하고, 풀벌레를 사랑하고,
작은 돌맹이 하나까지도 사랑하는 자연에 대한 사랑은
이 생명 끝날 때까지 남겨 둘 작정입니다.
이 깊은 어둠속에 도심에서 품었던 모든 욕망과 집착과 감정을
묻어 버려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 어둠이 걷히면
찬란한 아침 햇살이 내 가슴에
내려앉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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