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 일기/산촌 편지~

산촌 편지(7)-배추 값~

migiroo 2014. 11. 22. 23:19

 >산촌 편지-7


 >2014.11.18


배추


며칠 전 모 TV방송에 어느 농부가 배추밭을
중장비로 갈아엎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배추 한  포기에 500~1,000원 안팎으로 폭락하여
생산비는 고사하고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갈아엎는 편이 낫다 하였습니다.


자신의 배추밭을 갈아엎는 농부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게 아팠겠습니까.


TV를 보던 우리 집 늙은 아내가 말합니다.


“여보, 내년에는 힘들게 배추 심지 말아요.”
“우리 집 김장 배추 20포기 2만원이면 되는데 죽자 사자
  땅 파고 허리 아파하며 무, 배추 심어서 뭣해요“


오늘 아내와 함께 읍내 장에 갔습니다.
그런데 배추 한 포기 값이 2,500~3,000원 했습니다.
TV 방송이 새빨간 거짓말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농민들은 배추 값이 폭락하여 배추를 갈아엎는데
시장의 배추 값은 주부들을 울리고 있으니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 배추 한 포기에 만원이나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MB께서는 비싼 배추 사먹지 말고 싼 양배추 먹으라던
말이 생각납니다.


지체 높은 분들과 부자들은 배추 값이 만원 한들....

1,000원 한들 무슨 걱정을 하겠습니까.
농사짓고 김치에 밥 한 그릇 먹는 서민들이 걱정이지요.


아파트 사는 당신은 김장은 하셨는지요?
작년엔 절인 배추를 인터넷으로 주문하여 김장을 하셨다고 했지요.
올해는 직접 농촌을 방문 농심도 헤아릴 겸 산지의 배추를 직접 사다
김장을 하시면 어떻겠습니까.

 
텃밭에 배추 100포기 정도를 심었습니다.
난생 처음 심어본 배추였습니다.
배추를 심기 위하여 밭을 3번 갈아엎고, 비닐을 덮고 구멍을 내서
시장에서 어린 모종을 사다가 허리가 휘어지도록 심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클 때까지 매일 아침저녁 주전자로 물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키운 배추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아내와 함께 김장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배추 한  포기에 500~1,000원 밖에 안 한다는 뉴스를 듣고
농사일이 얼마나 허망하고 어리석은 일인지 체험으로 깨닫게 됐습니다.
비로소 배추밭을 갈아엎는 그 농부가 이해 됐습니다.


오늘 시장 배추 값이 2,500원 3,000원 하는 것이
결코 비싸 것이 아니라고 생각됐습니다.
그러나 생산자인 농민이 그 값을 받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시장의 도매, 소매상인들만 배부르게 됐으니
어리석고 불쌍한 사람은 농민뿐인 듯합니다.


아내는 값을 깎고 깎아 2,000원에 20포기를 샀습니다.
우리 집 텃밭 배추는 친척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랍니다.
그런데 친척들이 값싼 배추를 받고 고마워할까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