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일상에서의 想念
하늘을 나는 박주가리....
migiroo
2016. 4. 16. 22:13
>2016.4.10
박주가리 하늘을 날다.
우리 집 뜰락 화단에 박주가리 삼형제가 산다.
언제 어떻게 우리 집 화단에 둥지를 틀었는지 몰라도 나는 그들를 좋아한다.
박주가리라는 이름 넉자도 어감이 참 좋다.
해마다 봄이 되면 싹을 틔워 줄기와 잎을 만들고 6,7월이 되면 꽃을 피우고
젓가락 굵기의 줄기가 이리저리 얽혀 담벼락을 타고 지붕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서서히 말라 죽는다.
아니 죽은 것 같지만 죽은 것이 아니다.
한 겨울 모진 추위 속에서도 엄지 손가락만한 씨앗 주머니를
대롱대롱 매달고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박주가리 넝쿨을 지저분하니 걷어 내라고 하지만.....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다며 그냥 놔두기를 고집하고 있다.
주머니를 터트리는 순간 수많은 씨앗들이 눈부신 하얀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나는 박주가리, 그 멋진 비행 장면은 그야 말로 감동이다.
오늘 문득 담벼락에 매달려 있는 박주가리를 봤다.
반쯤 씨 주머니가 열려있으니 곧 비행할 태세이다.
주머니를 손으로 탁 터트려 주니 고맙습니다하고
제각기 흩어져 헬리콥터처럼 하늘을 날아간다.
제발 좋은 곳에 내려 앉아 꼭 살아나기를 바라면서
손을 흔들어 그들을 배웅한다.
5월이 돼서야 싹을 틔우려나. 아직은 살아 있는지 싹이 안 보인다.
벌레가 먹지 않도록 올해에는 약도 뿌려 주고 퇴비도 주련다.
지붕까지 뻗어 올라가 하늘을 나는 멋진 비행 장면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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