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사며~
>2017.2.22
책 한 권 사며....
오랜만에 비가 내린다.
눈이 아니고 비인걸 보니 이젠 계절도
긴 겨울의 끝자락에 와 있는 듯싶다.
다음은 ‘봄’인가.....
이제는 늙어 무뎌진 가슴인데도
봄이라 생각하니 가슴 설렌다.
석 달 만인가, 넉 달 만인 가...
무뎌진 감정에 소생의 공기를 불어넣기 위해
정말 오랜만에 서점에 들려 책을 한 권 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에세이다.
원제목은 단 넉자. 우천염천(雨天炎天)‘이다.
풀이하자면 ‘비와 폭염’이랄까.
한글로 번역하여 임홍빈이 붙인 이름은
‘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터키에서’이다.
그의 여행의 여정처럼 책 제목도 길다.
책 제목을 정함에 있어서도 한국인과 일본인의 마음에
내재되어 있는 정서가 서로 다름을 느낄 수 있다.
무엇이든 간결하고 정돈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취향에
매사에 감성적인 한국인의 취향이 엿 보인다고 할까.
‘무라카미 하루키‘하면 일본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이름난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노르웨이의 숲’을 비롯하여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같은
책들을 통하여 나는 그의 풍부한 문학세계를 엿보며
그의 글에 심취한 적이 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지금 한국은 신인 문학 작가들이
해마다 급속히 줄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독서 인구가 급속히 줄어 가고 있고 책도 잘 안 팔리고
베스트셀러 유명작가가 되지 않는 한, 작가로 데뷔하여 먹고
살기조차 힘들기 때문이라니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책 읽는 사람은 줄고, 스마트폰 들여다보는 사람은 넘쳐난다.
책을 안 보는 사회, IT, 물질만능 주의 사회...,
문화(문학)가 피폐 해 지는 사회....
그것은 정말 생각만 해도 슬픈 일이다.
거리의 서점들은 점점 폐점에 들어가고,
출판사들도 덩달아 폐업에 가세하고 있단다.
전통의 나라 한국인이 언제부터 커피를 그렇게 좋아 했던가,
한 잔에 5천 원, 커피숍은 우후죽순처럼 오픈, 거리마다 넘쳐난다.
한 권의 책이 나의 영혼을 살찌우는 영약인데....
책 보다 비싼 쓴 커피 한 잔이 얼마나 몸에 좋은 영약이 되겠나.
나는 나이 들어갈수록 책을 멀리하고 있다.
그래서 감정도 점점 퇴화되어 가고 있고,
봄이 오는 소리도 듣지 못한다.
영혼이 잠자고 있으니 비 내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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