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짜리 책~
>2017.5.20.
100원짜리 책~
삐릭~ 핸폰에 문자가 왔다.
주말에 ‘북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남구청의 안내 문자였다.
도심에 살 때 올려둔 주소가 변경되지 않았는지 종종 보내오는 문자이다.
가 볼까, 말까 망설이다.....
좋은 책 구경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라 여겨 산촌을 나온다.
차창으로 빨려 들어오는 훈풍을 맞으며 45km를 달려간다.
5월의 초록빛 호반 공원에 펼쳐진 작은 ‘북 페스티벌’ 이라.....
상상만 해도 즐거운 장면이다.
오늘은 무슨 책을 살까.....
책을 사는 즐거움은 영혼을 맑게 한다.
그런데 행사장에 와 보니 다양한 도서가 전시 판매될 줄 알았는데.....
책은 별로 없고 초청 작가의 강연과 어린이 코너 등 부대 행사만 있다.
조금은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행사장을 둘러본다.
다행히 한 쪽 구석에 작은 헌책 코너가 보인다.
작은 팻말에 한 권에 100원이라 적혀 있다.
아무리 헌책이라 하지만 한 권에 100원 이라니.....
책을 뭘로 보고.....
색이 바라고 손 떼가 묻은 책 3권을 골라들었다.
차마 300원만 낼 수 없어 천원을 내밀었다.
그리고 파란 물결이 이는 호스가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한 권의 책을 펴들었다.
제목, 꿈꾸는 자연의 사계 ‘소박한 정원’
오경아 지음.... 2009년 디자인하우스 펴냄.
책 표제의 느낌이 좋다.
한편의 서정시 같은 5월 호반.....
그 호반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책을 펴든다.
오경아는 자연 속에서 ‘소박한 정원’을 가꾸며
식물과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준다.
꽃 한 그루 가꿀 수 없는 한 평의 땅도 없는 도심의 아파트 삶.....
그래서 현대인들의 가슴은 점점 메말라 가고 있는지 모른다.
파란 하늘과 푸르른 숲, 밤하늘의 달과 별......
온갖 벌레들과 새 소리, 바람 소리, 물소리......
그리고 한 평의 땅, 한 줌의 흙.....
소박한 정원을 가꾸며 살 수 있는
나의 외로운 산촌의 삶.....
이제는 외롭지만 살 만한 곳임을 깨닫는다.
책값이 비싸다고 좋은 책이 아니고,
싼 책이라고 해서 나쁜 책이 아니다.
신간이라고 해서 좋은 책이 아니고,
헌책이라고 해서 나쁜 책이 아니다.
오늘 100원짜리 헌책을 사고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으니
너무 기분 좋은 하루다.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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