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4
♪첫 눈이 내립니다.
며칠 사납게 불던 바람이 자는 가했더니 오늘 아침부턴 눈이 내립니다.
산촌 소호에 와서 맞는 첫눈입니다.
다행히 기온도 어제보단 올라가 추위가 한풀 수그러들었네요.
함박눈은 아니지만 그래도 산촌 풍경이 하얗습니다.
늘 내 곁에 함께 있는 유일한 친구 털이 하얀 강아지 말티즈가
신이 나서 눈길을 뛰어 다닙니다.
기상청 예보에 의하면 금년 겨울은 비교적 포근하지만 눈은 많을 것이라 합니다.
눈, 한편 두렵기도 하지만 처음 맞는 하얀 설경의 산촌 모습을 상상만 하는 것도
가슴이 설렙니다. 아직은 내 허한 가슴에 낭만(?)이 조금은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
당신이 있는 도심에도 오늘 아침 눈이 내렸나요?
눈 오는 날 도심은 어떤가요?
좀 과하게 말해서 지옥이나 다름없지요.
거리는 온통 온갖 자동차들로 꽉 막혀 있고...
출근길 사람들은 지각할까 전전긍긍이지요.
눈 쌓인 아파트 단지도 눈 치운다고 난리법석이고,
골목마다, 도로변마다 질퍽질퍽한 흙먼지로 오염된 눈으로
걷기조차 힘들지요.
춥긴 하지만 산촌의 설경은 한 폭의 수채화이지요.
아직은 쌓인 눈이 없어 멋진 설경을 볼 순 없지만....
아마도 겨울 내내 눈 세상에서 겨울을 나야 할 듯 합니다.
깊은 산문의 스님들처럼 동안거에 들어야 하겠지만
어느 분의 말씀처럼 내면(內面)으로의 침거도 나쁘진 않을 듯 합니다.
아직은 나의 내면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릅니다.
온갖 잡것....
집착, 욕망....
가식, 이기...
미움, 증오...
질투, 시기....
아마도 이런 것들로 가득 할 것 같아 두렵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몹쓸 것들을 하나 하나 깊은 내면에서
끄집어내 단호히 버려야 하겠지요.
도심에서 산촌으로 이사 올 때 그 엄청난(?) 이삿짐에 놀랐습니다.
아내가 시집올 때 가지고 온 한 번도 사용해 본적이 없는 그릇도
수 없이 많았습니다. 헌 옷은 왜 그리 많은지....
모두 버리자...
안 돼요. 가져가요.
아내와 나는 이렇게 한바탕 싸웠었지요.
이렇게 쓸데없는 물건조차 버리지 못하는 집착인데....
어찌 내가 내면의 쓰레기(?)들을 과감히 버릴 수 있겠어요.
이제부턴 들이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많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내리는 눈 속에 모든 잎을 미련 없이 떨쳐 버리고
나목(裸木)이 된 숲들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숲 보다 못한 나 자신(인간)이
작구만 부끄러워집니다.
첫 눈 오는 날의 상념....
●계은숙-- 雪が降る
>未知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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