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7.5
감자 케는 날~
지난주에 첫 장맛비가 한 차례 내린 후 뜸하더니 내일 모레 쯤
태풍과 함께 많은 비가 다시 내릴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이다.
그러고 보니 아직 케지 못한 텃밭의 감자가 걱정이다.
감자는 6월 하순 장마철 이전에 케야 한다고 들었는데....
흙속의 감자가 상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난생처음 심어 본 나의 감자 수확은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런데 감자 수확시기를 조금 늦추기로 했다.
그 이유는 감자를 조금 늦게 심은 탓도 있지만....
주렁주렁 감자케는 재미난 행복을 혼자서만 즐길 것이 아니라
서울 사는 아들, 딸, 손주들을 오라고 해서 함께 나누고
아이들에게 감자케는 농촌 체험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감자케는 날을 오늘 내일 하고 몇 차례 미뤘었는데
아이들이 그 놈의 학원 때문에 내려 올 수가 없다했다.
큰 장맛비가 내리기 전에 오늘은 혼자서라도 감자를 케기로 했다.
나 홀로 쓸쓸한 감자케기....
한 낮은 너무 더우니 이른 새벽 텃밭에 나간다.
지난 3월 말에 심은 씨감자가 언제 커서 주렁주렁 감자가 열리려나. 했는데.....
어느새 잎이 맺히고 꽃이 피고 드디어 수확을 하게 되니 감개가 무량하다.
얼마나 달렸을까.
얼마나 클까.
정말 감자가 맺었을까.
별의별 생각을 하며 아침저녁으로 극성스럽게
감자 밭에 물을 주던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농약도 칠 줄을 몰라 완전 무공해 감자다.
비닐을 걷어 내고 감자 밑줄기에 호미 주둥이를 밀어 넣고 잡아당겨 본다.
일순 푸석푸석한 흙이 밖으로 튀어 나오면서 하얀 감자들이 매달려 나온다.
아! 감자다 감자....
탄성을 내지르며 조심스럽게 호미로 흙을 파헤친다.
여기저기 흙속에서 크고 작은 감자들이 튀어 나온다.
어느새 홀로라는 쓸쓸함도, 외로움도, 고독함도 사라지고
짜릿짜릿한 행복이 가슴속으로 밀려온다.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
“여보, 이 감자 바바, 지금 감자케고 있어....”
서울 딸네 집에 있는 아내에게 사진과 문자를 보낸다.
금세 회신이 온다.
“감자 케지마, 나 하고 같이 케... 금방 내려갈게.....” 하고
아내가 문자를 보내온다.
나는 반 두렁 정도를 케고 호미질을 멈췄다.
아내와 함께 케기 위하여 또 며칠 동안 기다려야 할 듯하다.
딸애도 함께 내려온다 했다.
그래 태풍이 와도 비가와도 좋다.
기다리자. 이 멋진 행복을....
어찌 혼자 차지하려 하는가....
행복은 함께 하는 것....
감자야 잠시 우리 만남을 미루자...
한 줄기 맑은 바람이 불어온다.
상쾌한 산촌의 아침이다.
>미지로 가는 길 未知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