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7.8
-산촌편지(21)
장맛비 단상~
山村에 비가 내립니다.
장맛비라지만 부슬부슬 봄비처럼 내리고 있습니다.
어제도 그렇게 내렸고 오늘도 내리고 있습니다.
가뭄으로 목말랐던 대지와 숲이 오랜만에 갈증을 풉니다.
자연의 섭리가 얼마나 위대한지 가슴 깊이 절감합니다.
장맛 속 텃밭은 그야말로 희비가 엇갈린 답니다.
주렁주렁 달린 고추는 탄저병과 역병에 몸살을 앓는다 하고,
토마토는 온 몸이 갈라지는 짓무름 증으로 시달린 답니다.
아기 오이와 호박은 익기도 전에 성장을 주춤 거리고,
상추는 꽃도 피기 전에 서서히 녹아내린 답니다.
케다 남은 감자는 이제 제 임무를 다 했다는 듯 축 늘어지고
바나나만큼 자란 가지도 병충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농약을 치지 않은 우리 집 텃밭 이번 장마가 큰 고비입니다.
그렇지만 장맛비속에 신바람난 애들도 있답니다.
싹둑싹둑 잘라먹으면 또 자라고 또 자라는 부추가 신이 났고
겉절이용 얼간이배추와 열무는 서로 키 재기를 하고 있습니다.
고구마는 그야말로 살판이 나서 줄기를 한없이 뻗어 나갑니다.
장마철 농부들의 일손은 쉴 틈이 없습니다.
비를 흠뻑 맞고 논밭에 나가 물을 빼 줘야 하고
쓰러진 작물들도 일으켜 새워 줘야 합니다.
바람에 벗겨진 비닐도 다시 손질해야 하고
허물어진 논두렁 밭고랑도 손 봐줘야 합니다.
저는 아직 농부가 못 됐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비 오는 날은 무료합니다.
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때로는 엉성한 글도 써 봅니다.
비 오는 날 도심 속 당신은 무얼 하십니까?
영화도 보고 분위기 넘치는 레스토랑에도 가고
사랑하는 사람과 우산 쓰고 공원길 데이트도 하겠지요.
밤에는 친구들 만나 거나하게 술도 한 잔 하겠고
음악이 흐르는 멋진 커피숍에 앉아 진한 커피 향에
취해 있기도 하겠지요.
그런 도심의 면면들이 그립습니다.
숨 막히는 도심의 삶이 싫다고 뛰쳐나오긴 했지만....
아직도 도심 속 환경을 잊지 못하는 걸 보면
산촌의 외로움과 고독이 아직도 견디기 힘든가 봅니다.
그러나 그런 거 생각하면 어찌 삭막한(?) 산촌생활을 할 수 있겠어요.
좋은 점 있으면 나쁜 점도 있는 법.....
이 좋고 나쁨을 조화롭게 받아 들여 달고 씀의 진리를 깨쳐
진정한 산촌 인이 되고자 합니다.
내일도 모래도 비는 내린다 합니다.
제발 이 비가 단비가 되어 가뭄 해소는 물론 이고 ,
지금 한창 4대강에 번지고 있는 심각한 녹조현상이
사라지길 바랍니다.
>미지로 떠나는 길 未知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