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19
가뭄 그리고 폭우
결국, 간밤 끝내 비는 오지 않았다. 비를 기대했던 어제의 구름마저도 어디론지 떠나가고 아침부터 태양이 작심한 듯 강열하게 작렬 하고 있다. 처마 밑 그늘진 곳에 걸어둔 수온계는 무려 37도.... 온도계가 너무 낡아 미쳐버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 이리 저리 흔들어 보아도 수온 주는 전혀 내려갈 기미가 없어 보인다.
산과 숲으로 둘러싸인 산촌마을 환경은 도심처럼 복사열 같은 것은 별로 없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산촌이 이렇게 무더울 진데 에어컨 팬이 토해내는 열기와 뜨거운 복사열로 달궈진 도심은 그야말로 이글거린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고 에어컨 바람아니면 생지옥 일 것이다.
그런데 이 열기에 비마저 없으니 죽을 맛이다. 이 작은 땅덩어리 나라에 한쪽에선 집중 폭우로 물난리들이고, 또 한 쪽에선 극심한 가뭄으로 저수지가 바닥나고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있으니 이 무슨 변고 인가.
비 다운 비 맛을 본지가 까마득하다. 내가 사는 산촌마을, 큰 비 내린지가 언제였던지 기억이 삼삼하다. 도심을 떠나 산촌에 둥지를 틀었으니 생계형 농부는 아니라고는 하나 작은 텃밭에 이것저것 농사를 짓고 있으니 농 심이 어떠한지 조금은 알 듯하다. 아마도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메말라 있는 텃밭을 차마 바라볼 수가 없다. 어설픈 손으로 그러나 정성을 다하여 심고 기르고 있는 나의 채소들을 바라보는 마음 또한 타들어가고 있는 농 심과 다를 게 없다.
오이, 가지, 고추, 상추, 부추, 토마토, 고구마, 호박, 콩 등등......
물기 하나 없는 땅에 뿌리를 박고 물을 찾아 얼마나 깊이 땅 속으로 파 들어가고 있겠는가. 그러나 살기를 포기 한 것일까. 아랫 잎은 까맣게 말라 죽어가고 있고 겨우 윗 쪽만 살겠다고 몸부림 치고 있으니 그것을 바라보는 농부의 심정은 채소의 고통이 자신에게로 고스란이 전이되어 올 것이다.
<제발, 비 좀 주소서...,> 하고 기도를 해도, 해도.... 왜, 노하셨는지 야속한 하늘은 응답이 없다. 아마도 단단히 노하신 모양인데 어떻게 그 노하심을 풀어 드리나....
생활 수(水) 유지를 위하여 굴착기를 동원하여 지하수를 파던지..... 물 걱정이 별로 없는 도심 아파트로 다시 이사를 가던지.... 방정맞게 자꾸만 산촌으로 이사 온 것을 후회하게 된다. >2017.7.16 청주지방 도로 침수 현장(연합뉴스 사진 켑쳐)
엊그제 중부 이북지방에는 집중폭우로 난리가 났다. 장마철 많은 비와 국지성 폭우로 가옥이 무너지고, 농경지가 침수되어 아까운 농작물이 강한 물살에 휩쓸려 가버렸다. 또한 도심의 하천이 범람하여 차량들이 물에 잠기고 우려했던 인명피해 마저 나는 최악의 물난리를 겪고 있다. 그 분들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그 많은 물을 골고루 내려 주시지 왜 우리 지방에는 안 내려 주시는 것인지 하늘에 원망도 해 본다.
그러나 집중폭우가 꼭 이러한 물난리 피해만 주고 간 것일까. 자연 재해는 인간에게 큰 피해를 남기지만 또 한편으로는 피해 그 이상의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전국적인 오랜 가뭄으로 시달리고 있는 중에 쏟아진 많은 폭우들은 메말랐던 논밭에 물을 듬뿍 주었고,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에 물을 채워 주었고, 강물을 다시 흐르게 했고, 계곡에도 모처럼 경쾌한 물소리를 내게 하는 등, 산에 숲에 강에 논밭에 흡족한 물을 채워 주고 갔다. 자연은 이렇듯 자연에 무모한 인간들에 경각심을 일깨워 주면서 또 한편으로는 무한한 혜택을 주고 있으니 바로 이것이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비가 안 와도 걱정, 비가 많이 와도 걱정..... 비가 없어도 하늘을 원망하고, 비가 너무 많아도 하늘을 원망한다. 이렇게 인간은 참으로 나약한 존재이고 간사한 존재들이다. 산촌 우리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이고, 물난리를 겪어도 조으니께 비 좀 많이 내렸으면 조켓네.....>
오늘도 태양은 이글거리듯 작열 하고 있다. 산도, 숲도, 대지도 목이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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