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가슴으로 읽는 글

아주 특별한 체육시간

migiroo 2009. 9. 28. 19:43

 

 

아주 특별한 체육시간

 

 

선생님과 아이들이 초등학교 운동장 한쪽에 모여 있었습니다.

운동장에는 남자 아이 하나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힘겹게 뛰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습니다. 이번 학기에 새로 부임한 담임선생님과의

첫 체육 수업시간이었습니다. 수업종이 울리고 아이들 앞에 선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그럼, 오늘 체육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운동장 세 바퀴를 먼저 뛰어라.”

 

아이들은 운동장을 뛸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순간 반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을 뜯고 깜짝 놀랐습니다.

 

“최지석! 넌 거기서 혼자 뭐하고 있는 거야? 너도 얼른 뛸 준비를 해야지!”

 

지석이는 1학년 때부터 체육시간이면 늘 교실이나 운동장 한켠을 지키고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지석은 소아마비로 인해 다리가 불편한 아이였습니다.

따라서 이이들은 지석이 체육시간에 자신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습니다. 지석이 본인도 그랬습니다.

지석은 선생님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체육시간에 다른 이이들과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했습니다. 그때 반장이 선생님에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지석이는 다리가 불편해서 뛰지 못해요. 체육시간마다 그랬는걸요.”

“나도 지석이의 다리가 불편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다리를

영 사용하지 못하는 곳도 아닌데, 뛰지 못할 이유는 없어. 최지석, 빨리 앞으로 나와!”

 

지석은 선생님의 말에 마지못해 다른 아이들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지석의 얼굴은 선생님에 대한 원망으로 일그러져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구령이 운종장에 울려 퍼지자 아이들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얼마 동안은 지석이 다른 아이들과 발을 맞추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운동장 세 바퀴를 다 돌았을 때 지석은 겨우 운동장 한 바퀴를 돌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과 같이 굳은 표정으로 지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석이가 운동장을 다 돌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기로 한다.”

 

처음에 아이들은 지석을 바라보면 소곤거렸습니다.

 

“저런 병신하고 같은 반이 됐으니, 앞으로 체육시간이 재미없어지겠군.”

 

선생님과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석은 쓰러질 듯 절뚝거리면 운동장을 계속해서

돌았습니다. 자신의ㅣ 부끄러운 모습을 아이들 앞에 드러나게 한 선생님이 너무나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런 원망으로 인해 지석은 더욱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다음순간 지석은 운동장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선생님! 지석이 저러다가 큰일 나겠어요.”

 

한 아이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선생님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운동장에 쓰러져 있던

지석이가 다시 일어나 뛰기 시작했습니다. 지석은 운동장 두 바퀴를 돌았습니다.

지석을 보며 불만스럽다는 듯이 웅성거리던 아이들이 점점 지석에게 응원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한 아이가 지석이에게 달려 나갔습니다.

그리고 지석이 옆에서 함께 뚜ㅢ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두 명씩 지석이에게 달려

나가더니 반 아이들 전체가 지석이의 발에 맞추어 운동장을 들기 시작했습니다.

지석은 운동장으로 뛰어나오는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지석이의 느린 걸음을 함께 하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이제껏 한 번도 지어 보지 못한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습니다.

드디어 지석과 아이들이 운동장 세 바퀴를 모두 돌았습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불편하고 약한 사람을 위한다는 행동이 때로는 그 사람을 더욱 약하게 만들 수도 있단다.

너희는 오늘 아주 소중한 교훈을 깨달을 수 있었을 거야. 앞으로도 체육수업은 항상

지석이를 포함한 너회 무두가 운동장을 뛰는 것으로 시작할 거다. 알았지?”

 

“네!”

 

아이들의 힘찬 목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그 목소리 속에서 지석이의 힘찬

목소리도 함께 어우러지고 있었습니다.

 

-행복 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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