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사랑의 어록

초록 물고기의 사랑 이야기

migiroo 2010. 3. 23. 01:08

 

 

 

[초록 물고기의 사랑 이야기]

 

 

어느 지방에서 고시공부를 하는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 청년은 인터넷 사이버 상에서 한 여인을 만났습니다.
그 여인의 사이버 이름은 “초록 물고기” 이었고, 청년의 닉은 “바다”였습니다.
물론 웹상이기 때문에 서로 얼굴도, 상세한 인적사항도, 성격도 누구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다만 여자는 서울에 살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청년은 그 여인과 일년 동안에 무려 1,000여 통이나 되는 메일을
주고받으며 서로 사귀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청년은 얼굴도 모르는 그 여인을 자신도 모르게 그만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 청년은 그 여인에게 메일로 사랑을 고백 했습니다.
“초록 물고기님.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1,001번 째 메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녀로부터 답장이 오지 않았습니다.
한주가 지나고, 한달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녀로부터는 아무런 회신이나 연락조차도 없었습니다.
청년은 혹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 난 것이나 아닐까 걱정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그녀로부터 연락이 오길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그녀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그 메일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바다님. 저를 사랑한다는 메일을 받고 이제야 회신을 보냅니다.
그 동안 저는 당신의 메일을 받고 얼마나 망설이고 당황했는지 모른답니다.   
사이버 상에서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그저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하곤 합니다. 그저 글로서만 그러는 것이지요.
그러나 전 당신의 그 메일을 받고 정말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제 마음이 괴로웠고 망설였던 것입니다.


바다님.


저는 당신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여자입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소아마비에 걸려 한쪽 다리가 절름발이입니다.
더구나 제 얼굴에는 화상을 입은 상처가 남아 있어 아주 보기가 흉하답니다.
그래서 전 창피하여 밖을 나가지 못하고 늘 집안에만 틀어박혀 살고 있답니다.
바다님. 어떻게 저의 이런 모습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아마도 제 모습을 보시면 너무나 실망 하실까 두렵습니다.
그래서 전 당신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답니다.
부디 안녕히 계십시오.“


그녀의 메일은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구구절절 했습니다.
청년은 그녀의 말대로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만약에 그런 여자와 결혼 한다면 당장 부모님들이나 가족들의 반대가 거셀 것 이 뻔했습니다.
그런 여자와 같이 길을 걷기도조차 창피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청년은 몇날 며칠을 괴로워하며 그녀를 생각했습니다.
드디어 청년이 결심을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생각해 봤습니다.


그 동안 그녀와 주고받은 1,000여 통의 메일은 모두 허구였단 말인가.
사랑이 어찌 외모만으로서 좌우 한단 말인가.
사랑은 서로의 마음이지 외모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그래서 자신도 그녀의 마음을 사랑한 것이지 그녀의 외모를 사랑한 것이 아니잖은가.
그래 사랑한다고 하자.
당신의 외모가 어떻든 나는 당신을 사랑하리라....
이렇게 결심하고 청년은 다시 그녀에게 메일을 띄웠습니다.


“나는 나의 바다에 초록물고기 당신이 들어와 마음껏 헤엄치며 살게 하고 싶습니다.
두 다리가 없어도 좋고, 한쪽 눈이 멀었어도 좋습니다.“

 
며칠 후 그녀로부터 다시 회신이 왔습니다.
그렇다면 만나자 자기가 서울에서 내려 갈 테니 만날 장소를 가르쳐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청년은 자기 마을의 어느 폐교된 초등학교 교정 안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서 만나자는 회신을 보냈습니다.

드디어 그녀와 만나는 날이 되었습니다.
청년은 그녀 생각에 밤새 한잠도 못 잤습니다.
그녀가 얼마나 창피하게 여길까 노심초사하며 약속시간 보다 한 시간이나
먼저 나가 그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약속 시간이 훨씬 지나 교문 안으로 어느 여인이 목발을 집고 마스크와
색안경을 낀 체 절룩거리며 느릿느릿 힘겹게 걸어 들어 왔습니다.
청년은 다가오는 그녀의 가련한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마음의 갈등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다짐했습니다.
저 가련한 여인을 위하여 자기 한 평생을 바치겠다고...
이윽고 그녀가 청년 앞에 목발을 집고 다가섰습니다.
그리고 여인이 말했습니다.
“바다님. 이신가요?”
그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습니다.
“초록물고기님 이신가요.”
청년의 대답도 떨렸습니다.
그녀가 다시 말했습니다.
“이런 저의 흉한 모습을 보시고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청년이 이렇게 대답 했습니다.
“이것이 저의 운명입니다. 나는 당신의 외모가 어떠하던 상관치 않습니다.
나의 바다에서 마음껏 살고 싶지 않으십니까.“
청년은 자신이 너무나 대답을 멋지게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럼 당신의 바다로 들어가 살겠습니다.“
하면서 여인은 딛고 있던 목발과 쓰고 있던 마스크와 선 그라스를 집어
던지고 뛰어오더니 청년의 가슴에 와락 안겼습니다.
청년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는 절름발이도 얼굴에 흉도 하나 없는 아주 아름다운 절세미인 이였기 때문입니다.


초록물고기 사랑 이야기는 이렇게 맺습니다.
세상은 어두운 일 보다는 밝고 아름다운 일 들이 더 많습니다.
우리 모두 모든 것을 개의치 않고 받아들이는 바다같은 넓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사랑하며 삽시다.


사랑은 외모가 아니라 마음 입니다.

  
>글 편집: 미지로(200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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