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가슴으로 읽는 글

[스크랩] 퇴근길에 만난 두부 아줌마

migiroo 2010. 10. 8. 11:52

아침 퇴근길에 어느 아주머니가  길에서 두부와 콩나물 ,묵과 떡 다시마

청국장, 된장을 팔고 계셨다.

벌써 좌판을 설치하고   찬거리들을 정리하고 팔고계섰다

 

문득 두부넣고  신김치 송송 썰어놓은 걸쭉한 청국장 찌게가 먹고 싶었다.

"아줌마 이 두부 얼마예요 "

"이천원 요" " 청국장은 요? " " 삼천원예요 "

"이두부 손두부예요, 정말 고소해요 "

난 안다. 저두부가 정말 손두부가 아니라는 것을 .....

그래도 아무소리 안하고 두부 한 모와 청국장 한봉지를 사들고 집으로 왔다.

문득 길거리의 두부 장사 아줌마를 보면서 내 옛날 일들이 떠올랐다.

 

 

난 한동안 길거리에서 "딸랑딸랑 " 두부장사를 좀 오래도록 했었다 .

아침 일찍 공장에서 받아온 두부를 따끈따끈할때   아이스박스  담아두면 저녁때까지 식지 않은 두부를  집에서 한 손두부라고 하면서 한모에 이천원을 받고 팔았다.

두부 뿐만이 아니라 청국장,떡볶기떡,오뎅,묵, 당면까지...

리어카에 끌고 다시면서  "딸랑 딸랑 " 두부 아저씨들이 가지고 다니는  종으로 치면서 한손으로

리어카를 끌고  한손으로 종을 치면서 온 아파트 구석 구석을 누비고 다니면서 장사를 했었다.

아파트를 돌아다니다  거의 장사가 끝날무렵에는 재고를 남기지 않고 다 반값에

떨이로 팔았다.

 

 

그러던 추운 겨울날 아파트 앞에서 큰소리로 손님들을 모으고 있었다.

"오라버니 두부 한모 사가지고 들어가세요 . 싸게드릴께요 "

그렇게 정신없이 장사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앞에 다가와서 가만히 속삭였다.

"얘 너 경희 아니니 ? " 

깜짝놀라 얼굴을 들어 손님을 보니 고등학교 동창이였다.

순간 난 너무 챙피했다. 그저 도망가고 싶었다.

순식간에 거짓말이 튀어나왔다.

"저 아닌데요  제 이름 경희 아니예요 "

그친구 아무말없이 두부와 콩나물을 사들고 천천히 힐끈힐끈 뒤를 돌아보면서 아파트 안으로

사라젔다.  나는 알았다. 그친구가 내가 거짓말 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

친구가 사라지고나서 갑짜기 눈에 눈물이 핑돌았다.

그친구는 학교다닐때 별로 공부도 못하고 노는것 좋아하던 날라리 파에 속하던 친구였다.

그런데 그날 그친구의 차림은 어느 부잣집 귀부인 처럼 하고있었다.

 

난 노점의 두부장수 아줌마였고......

그날밤 집으로 와서 한참을 울었다.

내 가난한 현실이 싫었고 쭈글쭈글하게 구겨진 내 결혼생활의 실패를 한참동안 원망하면서

작은 소리 로 이불 뒤집어 쓰고 한참을 울고 정신을 차렸다.

그래도 살아야만 했다.  사는 것이 우는 것보다 먼저였다.

 

 

또한 한밤중에는  집앞 보신탕 집에서 써빙을 했다.

이일은 저녁 7시부터 시작하여 새벽 두 시까지 일을 했다. 돈벌이도 좋았다.

그렇게 일하고 70만원을 받았으며 친절하게 심부름을 잘해주면 돈많은 사장님들이

팁으로 만원짜리 한장씩 몰래 내 주머니에 넣어주곤 했는데 그렇게 버는 돈이 월급보다 더 많은

꽤 괜찬은 직장이였다.

물론 힘은든다 .  무거운 그릇들을 높은 산중턱까지 가지고 올라가야 하고 비오는 날이면 더 힘들곤 했다.

그래도 돈 욕심에 그곳을 쉬지않고 다녔다.

점심에 두부장사를 하고  밤에는 보신탕집 써빙을 한것이다.

어느날 손님이 엄청 많은 금요일 저녁에 어느 부부가 방 한쪽에 자리잡고 앉았다.

 

오신 손님에게 주문을 받으러 방으로 들어갔다. 

순간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중학교 동창 그것도 아주 친한 동창생이 신랑하고  보신탕을 먹으러 온것이다.

우린 너무도 친한 친구사이였기 때문에 서로가 모른다고 오리발을 내밀수가 없는 입장이다.

"경희야 여기서 일하니 ? "

"나 대수술 받고 보신탕 많이 먹어야 한다고 해서 이렇게 신랑이 자주 데리고 다니면서 사먹는단다 "

"그러니 ?  뭘로 할꺼야 수육?  무침 ?  "

"경희야 어디에 사니 ? "

"그냥 나중에 말하자 전화번호좀 줘라 "

그리곤 황망히 그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짜기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눈앞이 캄캄하고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난 이런 순간이 정말 싫다고 ......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구 .........

그렇게 화장실에 들어가  한참을 울다가 나왔다 .

그래도 일을 해야했다.  

내 몫이니까 내가 해야만 하니까 내 운명이니까

아무리 서러워도 나는  살아야만 했다.

 

 

어제 밤 일하는데 추위가 느꺼젔다.

얼마전 까지 덥다 덥다 하던 내가  이젠 춥다는 타령을 하고있다.

그러면서도 난 행복하다고 자신에게  체면을 걸었다 .

난 행복해  난 행복해 ....

행복은 고양이 처럼 온다. 

 고양이를 이뻐해줄려고 가까이 가면 고양이는 사나운 눈을 하고는 얼른 다른곳으로

숨어버리고 내가 고양이를 모른채하고 그저 내일만 열심히 하고 있으면 고양이는 슬며시

내앞으로 다가와 내 관심을 바라는 눈빛을 하고 내게 안긴다고 한다.  

그렇다  행복은 고양이와 같다고 어제밤 일하면서 들은 라디오 멘트다.

 

 

난 부자가 되고 싶었다.

부자가 되는길은 재산을 많이 늘리던가 아니면 욕심을 줄이는 방법 두가지가 있다고  톨스토이가 말했다. 

난 재산을 늘릴 길은 없다. 

그러니 욕심을 줄이는것 그것이 내가 부자가 되는 길인것이다. 

아주 힘들게 살면서 난 그저 돈에만 눈이 어두었었다. 

내게 오지 않는 돈을 따라 다니느라고 힘들었었다.  

지금은 안다.  나는 부자라는 것을 ,  욕심을 줄였으니까 ............

오늘 아침 퇴근길에 만난 두부장사의 방울소리에

내 파란만장했던 과거의 필림들이 한 장 한 장 오버랩되어 그때를  회상하게 했다.

이제는 다 흘러간 일이다.  

지금 나는 용이되었다.   새 가 아니라 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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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푸른하늘 은하수
글쓴이 : 은하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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