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경주남산 성곽 일주 답사

migiroo 2011. 9. 13. 12:38

▷2011.9.11


●경주남산 성곽 일주 답사


1.성곽의 흔적을 찾아서...


남산의 성곽을 찾아 길을 나선다.
그러나 구불구불 길게 누워 있어야할 성곽은 보이지 않는다. 
천년 세월의 온갖 풍상으로 그 단단했던 성곽은 다 무너지고 지금
남아 있는 흔적이라야 겨우 대 여섯 곳 정도의 석축이 남아 있을 뿐이고,
그나마도 어느 시골집의 돌담보다도 더 작은 규모다.
그러나 비록 남아 있는 흔적은 작다하지만 그 안에 흐로고 있는 역사적
가치와 숨결은 만리장성보다도 깊고 길다.


오늘 나는 그 미미한 흔적을 더듬어 약 4km의 성곽을
한 바퀴 돌아보고자 한다.


남산신성 답사는 전문가의 안내를 받지 않으면 찾아 갈 수가 없다.
그 만큼 길이 없는 산 속에 묻혀 있고 흔적들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이는 흔적이 미미하다고 해서 느끼는 감정마저 미미한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미미하기 때문에 감정이 깊어 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의 이번 성곽 답사 길은 4번째이다.
이 번 말고 지난 3번의 답사는 모두 답사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갔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길을 숙지해 놓은 상태이다.
남산성의 일주 답사는 나정(蘿井)이 있는 西 남산 장창골의 일성 왕릉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성곽의 길이는 불과 4.85km 밖에 안 된다 해도 많은 곳이 길이 없으니
숲을 헤집고 돌아야 한다.


사진을 첨부한 지형을 상세하게 그린 수첩을 봐 가며 성곽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찾아 간다.


남산의 성곽 답사는 가능하다면 숲이 울창한 하절기 보다는 동절기에 하는 것이 좋다.
하절기에는 석축이 잡초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고 반대로 동절기에는 석축이 잘 보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두 번째 성곽이다.

 

 


사진 속의 번호는 오늘 답사한 성곽을 편의 상 매긴 번호이다.
저런 성곽이 높이 2~3m 정도로 빙 둘러 처져있었다고 생각하니 복원을 하면
참으로 멋진 성곽이 될 듯싶다.
저런 돌들을 어데서 조달했으며 반듯하게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쌓았으니
그 공력이 상당했으리라 여겨진다.


성곽에는 석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성벽 사이사이 지형지물에 따라 필요한 건물이 있기 마련이다.
남산신성의 확인 된 건물터는 정문이라 할 수 있는 북문지의 흔적이 있고,
좌창지, 중창지, 우창지라는 3개의 큰 군시설인 창고가 있는데 위의 사진은
그중 중창지의 석축이다.


온전한 성곽은 비록 다 무너져 없어졌지만 몇 개 남아 있는 성축으로 보아

제법 잘 쌓은 성벽임을 알 수 있다.


 

 

중창지에는 주춧돌이 보이는데 건물의 길이가 자그마치 99m나 되는
거대한 건물이었다 하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정면 29칸, 측면 5칸짜리 건물이었다니 도무지 믿기지가 않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측량 1999년도)

 


○3,4번 째 성곽의 흔적.

 

성곽의 흔적이 아주 잘 남아 있는 곳도 있지만 무너져 돌무더기만 보이는 곳도 있다.


성곽을 쌓은 돌 하나하나를 봐도 전국 각지에서 동원된 민초(民草)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그 애환이 아직도 돌마다 배어있는 듯 느껴온다. 

 

 


성곽이 길던 짧던 먹을 것 마저 풍족치 못한 그 시절에 백성들이 성을 쌓는다고
얼마나 고생을 했겠는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찐해온다.

 

 

●성곽 답사는 길이 없다.


○제5번 성곽


남산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잘 남아 있는 5번 성곽이다.
천년의 숨결이 돌 하나하나마다 숨어 있는 듯하다.
아마도 이 성곽을 쌓은 팀이 가장 튼튼히 성을 싼 것 같다.
신성비에 서약한 것처럼 3년은 말할 것도 없고 무려 천 수 백년 이상을 견디고 있으니
과연 석축기술의 달인이 쌓은 것 같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
산길이 잡초에 점령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겨우 겨우 미미한 길 흔적을 찾아 산성을 찾아 간다.
하절기 성곽 답사 길은 그야말로 미로이다.
울창한 소나무 와 무성한 잡초가 그나마 남아있는
성곽의 흔적들을 점령해 버렸다.

 

 

●단순함은 가장 미학적이다.


○제 6, 7성곽이다.


크고 작은 벽돌 모양의 네모난 돌들이 질서 있게 쌓여있다.
그 배열이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에서 오히려 미학적 감정이 느껴진다.
아름답다는 수식어는 꽃이나 여인들의 전용어가 아니다.
이런 것에도 아름답다는 수식어를 붙여 주고 싶다.


 


천 수백 년 동안을 이렇게 끄덕도 없이 견디고 있으니 석축을 쌓는 것에도
필경 노하우가 있을 터이다.
성벽 중간 중간마다 성벽이 허물어지지 않도록 돌못까지 깎아 박았다는
기록을 보았는데 현대의 기술도 따라잡지 못하는 노하우가 아닌가 싶다.


남산 신성에서 가장 성곽다운 모습으로 남아 있는 제7 성곽이다. 그러나 많은 등산객들과
답사 객들로 인해 돌이 하나, 둘씩 빠지고 있어 언제 왕창 붕괴될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상태이다.
빨리 보존 대책을 세워 관리하지 않으면 남산신성의 흔적은 앞으로 수 십 년 안에 모두 사라지고
말 것이다.

현대의 건축기술....?
그 옛 날에 비하여 대단히 발전 했다.
그러데 초강도 시멘트로 지은 아파트도 30년을 못 견디고 다시 허물어 지어야하고....


 


부실 공사로 인하여 교량도 무너지고,
고층 건물도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천 수백 년 전 우리의 선조들의 투철한 장인 정신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

 

 

●다시 성곽은 이어지고....


○제 8, 9성곽

 

 


작지만 앙증맞게 예쁜 성곽이다.
성곽에 예쁘다는 용어가 맞는 것인지는 몰라도 어찌 예쁘다는 최대의 형용사를 꽃이나
여자한테만 사용하겠는가.

정말로 예쁘다는 말이 꼭 어울리는 성곽이다.
성곽이라고 부르긴 좀 그렇지만 그 옛날에는 이런 석축이 한 없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비록 돌 몇 개뿐인 석축이지만 그래도 성곽은 성곽인 것이다.


제9성곽은 소나무에 짓 눌려 볼품이 없어 졌다.
그래도 천년을 견뎌 온 연륜이 엿보인다.
성곽을 쌓는다고 민초들이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를
생각하면 무너진 돌 하나에도 그들의 땀과 피멍이
아직도 묻어나는 듯하다.

 

 

○제10, 11성곽

 

 


마지막 남은 성곽이다. 오늘 성곽 답사 길도 여기가 끝이다.
제10 성곽은 아예 무너져 보기에도 민망스럽게 돼 버렸고 
제11성곽은 그래도 흔적이 여실하다.


남산신성, 만약에 지금 남아 있는 성벽을 토대로 성벽을
쭉 이어 복원 한다면 정말 멋있는 성곽이 될 것이다.
성곽을 완전히 복원하기 바라는 마음은 과욕일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반가운 소식 하나가 들려온다.
경주시에서 남산성을 완전 복원 차원은 아니더라도 대대적인
정비를 한다는 소식을 매스컴을 통하여 전해왔다.


다음은 바로 그 소식의 전말이다.(2007년도 소식) 제발 내 죽기 전에 잘 정비된

남산의 성곽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신라시대 왕궁(王宮)이었던 월성(月城)을 수호(守護)하는 수도방위 사령부 역할을 담당했던

사적 제22호인 남산신성(南山新城)이 복원 정비될 전망이다.


경주시는 신라 진평왕 13년(591) 월성을 수호하기 위해 남산에 쌓았던 남산신성 복원종합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복원정비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시는 최근 1억원의 용역비를 들여 용역기관인 한국전통문화학교에 의뢰해

남산신성 복원 종합정비기본계획을 오는 연말까지 수립키로 했다.


주요 용역내용으로는


△성문지 6개소, 망루 22개소, 창고지 3개소, 건물지 5개소, 수구 8개소 등을 정비하고
△관람로 개설 및 공간 정비
△식생 및 경관정비 △편익 및 기반시설 정비
△주변 관광자원과의 네트워킹 계획
△추후 발굴 대상지 선정 계획 등 석성 3.7km 를 복원하기 위한 용역을 수립하게 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성곽은 끝점이 없다. 돌고 돌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성곽의 그 미미한 흔적을 더듬어 빙 둘러 한 바퀴 돌아
다시 시작했던 원점으로 되 돌아왔다.
원(圓)의 법칙이고, 회귀(回歸)의 순리이다.
내 인생도 원의 법칙을 적용할 수 없는지.....
성곽은 돌고 돌아 처음 출발했던 원점으로 회귀할 수 있지만
인생은 회구할 수 없다.
원이 아니고 한 줄기 구부러진 곡선이기 때문이다. 


해가 진다. 어둠이 서서히 남산에 드리우기 시작한다.
여름 한 낮의 열기도 서서히 식는다.


돌아온 원점, 남간마을 당산나무에서 매미소리가 들려온다.
매미의 울음소리가 마치 남산성을 쌓다가 죽은 어느 망자
부인의 한 서린 통곡처럼 들려온다.
 

 


>미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