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단상/경주 고분 산책

진평왕릉에 망초꽃 만발했네.

migiroo 2022. 8. 6. 23:52

경주 고분산책-2

진평왕릉 망초꽃 무리가 너무 아름다워~

 

 


장마가 지나니 연일 폭염이다;
소나기라도 쏴~ 내렸으면 좋으련만.....
하늘엔 구름이 가득한데 비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늘부터 여름의 막바지 8월이 시작됐다.
더위가 아무리 극성을 부려도 이 달만 지나면 더위여 안녕이다.

노후 된 나의 애마를 몰고 오랜만에 경주에 간다.
보문들판에 위치한 진평왕릉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보문들판에 들어서니 짙푸른 벼들이 간간히
부는 바람에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다.

 


보문평야의 콘크리트 농수로에는 신기하게도 맑은
물이 콸콸콸~ 소리를 내며 힘차게 흘러가고 있다.
경쾌한 물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진평왕릉은 경주에 올 때면 가끔씩 들르는 곳이다. 경주의 많은 왕릉 중에서 가장 넓은 능역에 수십 그루 노거수가 능 주변에 줄지어 늘어서 있어 몸과 마음의 힐링은 물론, 산책과 사색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잘 다듬어진 넓은 잔디, 그 앞에 서면 경외감마저 들게하는 노거수들...... 그리고 아무 치장이 없는 간소한 둥근 무덤..... 능은 외롭지만 노거수들이 함께 있어 위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왕릉은 천 수 백년이 흘렀음에도 시간이 정지 된 듯 적막감마저 든다. 능 주변에 뿌리를 내린 수백 년 수령의 노거수들도 시간의 흐름을 감당할 수 없었던지 늙고 병들어 죽은 나무들도 여기 저기 보인다.

 

 


능 주위로 하얀 망초 꽃들이 군락을 이루고 눈송이처럼 바람에 한들거리고 있다. 일부러 심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나라와 능 주위에 안착했는지 자연의 섭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누가 망초를 개망초라 했는가?

이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꽃은 없다.
모든 꽃은 다 아름답다.
망초 꽃도 꽃이고, 장미꽃도 꽃이다.

지금, 진평왕릉에 핀 망초 꽃은 그 어떤 꽃보다도
아름답다.
여름 내내 무리지어 피고 지는 망초 꽃...,
나는 망초꽃의 그 순백의 순결함을 좋아한다.

 


개망초는 1910년 경 외국에서 유입되어 귀화된 식물이란다. 하필 조선말 대한제국이 일제에 강제 합병되던 해에 이 땅에 들어왔다 하여 망할 망(亡)자를 붙여 개망초가 됐다하니 꽃의 입장에서 보면 좀 억울한 감이 들것 같다.

그런데 개망초의 꽃말은 전혀 그렇지 않다. 바로“화해”이기 때문이다.
풀이해 보면 더 재밋다.

“가까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게 하며, 멀리 있는 사람은 가까이 오게 한다.“
개망초는 꽃 모양이 계란 후라이 한 것아 ‘계란꽃’이라고도 한다.



노거수 아래 벤치에 앉아 왕릉을 바라본다.

 

 

 

역사 진평왕 알기~


진평왕(眞平王)은 재위 기간이 무려 54년 간이다. 신라 역대왕 중에서 재위 기간이 가장 길다. 그냥 단순히 재위 기간이 긴왕이 아니라 고구려의 장수왕에 비견될 만큼 신라의 국운을 크게 펼쳤던 왕이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진평왕은 신라의 세력을 크게 펼친 24대 진흥왕의 손자이다. 진흥왕은 신라의 전성기를 이룬 왕이다. 진평왕은 진흥왕의 장자 태자였던 동륜의 아들이다. 바로 진흥왕의 손자가 된다. 그런데 아버지 동륜(태자)이 불명예스럽게 죽자 진흥왕의 둘째 아들(금륜)이 25대 진지왕이 됐으나 그가 재위 4년만에 죽자 진흥왕의 손자로서 진평왕에 올랐다. 

 

진평왕 3딸들의 이야기~

 

진평왕에게는 왕위를 물려 줄 아들이 없고 딸만 셋 있었다.  당시 신라의 왕 계승은 골품제도인 성골만이 왕위에 오를 수 있어 딸들이 왕위에 오를 수 있었다. 바로 선덕, 진덕왕이다. 그 중 딸 둘이 27대 선덕여왕, 28대 진덕여왕에 올라 신라 최초의여왕이 됐다. 그리고 셋째 딸은 선화공주로 엉뚱하게도 백제의 무왕의 왕후가 됐으니 바로 그녀가 그 유명한 '서동요' 설화의 주인공이다.


역사를 알고 문화 유적지나 문화재를 보면 참 재밋다. 


오늘 진평왕릉을 둘러보며 신라의 전성 기간인 진흥왕, 진평왕, 선덕왕, 태종무열왕들의 인과 관계에 얽힌 역사 이야기를 되돌아 보니 왕릉의 산책이 더욱 재미있고 즐거워진다. 

 

 


이제 돌아 갈 시간이 됐는가,
몇 시간이고 머무르고 싶은 곳.....
시인이 아니더라도 시 한수 짓고 싶어지는 곳....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영혼의 아픔을 치유를 하고 싶을 때....
노거수 아래에 앉아 왕릉을 바라보며 속세의 무거운 짐을 다 내려놓고 가고 싶은 곳...
그 진평왕릉을 나온다.

 


>202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