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3.5.
어떤 아픔~
-다육이 들의 죽음을 아파하며...
모든 생명은 존경스럽고 고귀한 것....
죽음은 아무리 하찮은 존재라 할지라도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물며...
수년 동안 나와 함께 동고동락, 즐거움과 기쁨을....
그리고 작은 행복감을 주었던 우리 집 다육이 들이
혹독한 산촌의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떼죽음을 당했다.
▲얼어 죽기 전 다육이들(작년 가을)....
▲얼어 죽은 다육이들....
작년에 아파트에서 나와 함께 산촌으로 이사 온 그들....
나의 한 순간 실수로 영하의 기온에서 얼어 죽고 말았다.
겨울이 오기 전에 거실로 옮겨 놓으라는 지인들의 권고를 무시하고
비닐하우스(온실)을 만들어 들여놓았으나 어느 날 새벽 하우스 안의
온도가 영하 8도까지 내려가는 바람에 추위에 약한 것들이
탱탱 불어 모두 얼어 죽고 만 것이다.
담요로 보온까지 해 설마하고 히터를 틀지 않은 실수였다.
▲다육이 겨울나기 비닐하우스.....
150여종의 다육이 들이 거의 반이나 죽었다.
간신히 살아남은 것들도 비실비실 빈사상태이고
어서 봄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죽어 말라버린 그들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담벼락 한 구석에 모아 놓으니....
화려했던 생명의 죽음이 얼마나 아프고
무상한 것인지 가슴으로 느낀다.
여기에 생을 접은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본다.
청옥, 마커스, 홍용월, 백모단, 라울.....
에비나, 레티지아, 프리티, 루신다, 라즈베리아이스....
황홀한 연화, 황여, 서리의 아침, 정야, 을여심....
제이드포인트, 골든글로우, 파필라리스, 라리칸스....
프리린제, 세도샤, 룬테니, 군작....
애심, 칼라명좌, 카시스, 구슬얽기, 에보니....
도테랑, 입전, 스노제이드...
어린 ‘샴페인’....
그리고 선인장 서우각...
▲간신히 살아남은 어린 다육이들...
오늘 간신히 살아남은 애들을 마당으로 옮겨 따뜻한 햇볕에
해바라기를 해 주고 겨우내 참았던 물주기도 듬뿍 해 주었다.
그들을 보고 엊그제 서울서 내려온 아내가 말한다,
“여보! 힘들게 키우지 말고 이제 모두 없애 버려요.”
밖에 내다놓은 다육이 들을 다시 거실로 옮기며
내가 대답한다.
“무슨 소리여....”
“생명은 다 귀한 존재여...”
>未知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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