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티베트를 꿈꾸며 -시인 안혜경(2008.9.7)
요즘 티베트 사태가 국제사회의 가장 큰 관심거리이다. 2008년 올림픽이 중국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것을 기회로 인권 차별, 경제적 빈곤, 민족문제에 대한 티베트인들의 깊은 좌절과 분노가 중국을 압박하고 싶었을 것이다. 티베트는 중국 영토로 편입되어있어 거대한 중국은 단호하게 진압에 들어갔고, 이를 비판하는 일부 해외여론은 급기야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압력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며, 티베트 인들의 피해를 더 키우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2006년 여름 티베트를 여행했을 때에도 티베트인들은 중국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경제활동도 어렵고 한족에게서 받는 티베트인들의 차별과 불이익이 여러 방면에서 심각하다고 하였다. 라싸 거리는 중국어 간판뿐이고 건물 또한 모두 한족의 소유였다. 300만 명도 안 되는 티베트인들이 10억이 넘는 한족들의 물결에 쓸려나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티베트인들에게 독립이니 자치니 하는 것은 호사스러운 말일 뿐, 종족보존 자체를 걱정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가 되었으니 100년 뒤 그들이 아메리칸 인디언과 같은 처지가 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불교 국가인 티베트는 채식을 주로 하고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어 혹 닭고기를 먹어도 죽은 지 사흘이 지나야 요리를 했다. 고산(高山)지대라는 자연적 특징으로 인간의 생존을 위한 환경은 상당히 열악한 편이지만 어디서든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으며 그 모습은 정말 감격스러웠다.
숙소에 짐을 풀고 라싸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정말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고산증보다도 조캉 사원 뒤쪽에 있는 시장거리에 앉아서 물건을 팔고 있는 할머니들의 얼굴이었다. 초라한 행색, 햇볕에 찌든 주름살투성이의 그 얼굴에 피어난 맑고 환한 웃음은 왈칵 눈물을 솟게 만들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따듯한 가족, 사랑할 시간, 감사할 시간이 그들에게도 충분했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근처의 옥상에 있는 찻집은 모두 외국인들의 차지였다. 고급 파이프 담배를 멋지게 물고 있는 사람 맞은편에 빈자리가 있어 양해를 구하고 앉았다. 티베트가 너무 좋아 대만에서 여름휴가를 왔다는 그는 작곡가였다.
히말라야에서 가장 높은 산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해발 8,848m의 초모랑마(Chomolangma; 에베레스트)이다. 우리나라 산악인들이 여러 번 등정하였고 목숨을 던지기도 한 곳이다. 그 어떤 산보다 티베트인들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의 경배를 받는 산은 성스러운 카일라스다.
이곳을 108번 순례하면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하여 함께 순례하던 현지인은 30번째 코라를 돌고 있다고 하였다. 간디의 유해를 뿌렸다는 마나사로바 호수는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끝없이 광활하게 펼쳐져있어 이 광대한 자연 속에 나는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 다시 깊게 느끼도록 하였다.
라싸에서 출발하여 강물이 불어 없어진 길을 여러 날 힘들게 달려 카일라스를 거쳐 다르첸을 지나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는 10세기 때의 구게왕국의 유적을 찾아갔다. 길이 험해서 산 아래쪽에 사고로 뒹굴고 있는 차량을 간간히 볼 수 있었다. 사십만 년 전에 호수였으나 지금은 바닥을 드러낸 자다에 이르자 그 규모와 풍광이 미국의 그랜드캐넌처럼 장관이었다. 구게왕국은 중국이 그동안 개방하지 않았다가 수년전부터 개방하였는데 그것도 수시로 변동이 있어서 운이 좋아야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산자락 곳곳의 동굴사원과 건축의 구성, 배치 상태 등이 아주 독특하였다. 사원 안에는 진흙으로 만든 작은 불상들이 남아 있었고, 그 불상들은 아주 정교하고 생기가 있어 보였다. 동굴사원의 벽화는 선명하였으나 곳곳에 불에 탄 흔적이 있고 대부분의 불탑, 성벽, 망루와 사원들이 전란 중에 훼손되어 안타깝기만 하였다.
<안 혜 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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