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索의 窓門/지난 날의 글들~

終-1

migiroo 2010. 12. 24. 13:04

 
종.


 

너와 나의 만남....
그것은 우연이 아니고 필연 이었었나 봐.
얼굴도 모르는 생판 낯선 네가 하필이면
내 곁에서 정신을 잃고 피식 쓸어졌을 때.
나는 죽은 듯 의식 없는 너를 들쳐 업고
인근 병원으로 달렸었지.


그리고 일주일 동안을 꼼짝없이 밤을 지세며
난 네 곁에서 네 보호자가 되어 병실을 지켜야 했지.
의식을 잃고 있는 네 몸 속에서 신분증은 물론
네가 누군지, 어디에 살며 가족들은 어디에 있는지...
너에 대한 아무런 단서도 나오지 않았지.

 


심지어 네 이름 석 자조차 알 수가 없었으니깐....
그래서 난 얼떨결에 병원에서 묻는 네 이름을
무심코 그녀의 이름을 대고 말았지.
나의 첫사랑 이었던 그녀 이름 '하은정'.
그녀는 벌써 하늘나라로 간 사람이지...


담당 의사는 나에게 너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했지. 


"환자는 뇌종양 입니다. 앞으로 1년 정도 남았습니다."


난 너무나 어이없어


"뭐야 이게..."


하고 그녀 '은정'이를 떠 올렸었지.
어쩜 그렇게도 같을 수가....


 

 

그녀 '은정' 이도 그렇게 갔기 때문 이였어.
다만 '은정'이의 종양은 머리가 아닌 가슴부위였어.


"빌어먹을...."


욕이 아니고 고통스러운 자탄의 소리야. 
그리고 네가 입원한지 꼭 팔일 째 되는 날
비로소 넌 의식을 찾고 깨어나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마치 날 오래전에 알고 지나던 친구를 만난 것처럼 
어이없게도 피식 웃었지.
나도 널 따라서 피식 웃었고...


네 이름 '한지연'

 

 

그 후 1년 반 동안 우리는 정말 열심히 사랑했었지.
마치 넌 내가 사랑했던 하은정으로 생각했었지
그러나 우리들의 사랑은 기쁨 보다는 고통 바로 그거였어.
네 머리속에 박힌 종양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사람이 자신이 언제 죽을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을
때처럼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것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왜 하필 내가 그런 너를 만나 '은정'이를 보낼 때 당한
고통을 또 당하게 됐는지 모를 일이야.
가슴을 쥐어뜯는 이 아픔.
너를 향한 나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 상처로 남았는지 넌 몰라~


 

 

오늘 한줌 먼지로 변한 너의 뼛가루를
울지도 못한 체 강물에 뿌리면서
또 다른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야하는
내 고통을 십자가처럼 가슴에 못질 했지.
그리고 나는 하늘에 대고 이렇게 소리쳤지.


"은정아! 지연아!
 나도 너희들 따라갈게..."


내 짧은 삶은 두 여인을 사랑하고

고통으로 끝이 났어.

 

“안녕~ 안녕~  은정, 지연...“


> 글:미지로

 

♥초고 2003년/재고 2010.12월

 

             ♪ ★★★

'※思索의 窓門 > 지난 날의 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화상   (0) 2012.07.20
♪ 기분 좋은 날~  (0) 2011.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