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索의 窓門/지난 날의 글들~

자화상

migiroo 2012. 7. 20. 23:58

>2012.7.20

 

자화상

<몇 년 된 어느 날 일기장에서...>

 

 


어느 간이역 휴게실에서 한참 생각에 몰두 하고 있는데
20대 젊은 청년과 아가씨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은 내 옆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한마디 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먹었다.
담배도 기호품이다.
그들이라고 해서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는 법은 없다.
젊은 사람이 어른 앞에서 담배를 핀다고 핀잔을 주는 것이 과연 올은 짓일까?
케케묵은 구시대 생각이지 지금이 어떤 세상이라고....


나는 잠시 휴게실을 나왔다.
내가 밖으로 나간 것이 젊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엔 자신들이 담배를 부담 없이
피우라고 배려 한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내가 밖으로 나온 것은 
그게 아니고 담배 연기로 실내 공기가 탁했기 때문이었다.
조금 있으니 그들이 담배를 다 피웠는지 밖으로 나갔다.
나는 다시 휴게실로 들어가 생각의 잠겼다.

 
이번에는 노인 한 분이 허름한 배낭을 메고 지팡이를 짚고 휴게실로 들어왔다.
노인의 지팡이는 그냥 지팡이가 아니고 지팡이 끝에 발이 4개 달린 지팡이 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병원의 환자들이 사용하는 4발 지팡이 이었다.
노인은 내 옆에 앉더니 배낭 속에서 주섬주섬 무엇을 꺼냈다.
도시락 이었다.
보온 밥통하나, 그리고 반찬 그릇 하나...
반찬은 김치 볶음 같은 것 한가지 뿐 이었다.


노인은 풍으로 덜덜 떠는 손으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마실 물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보기에 딱해서 내가 물었다.


“할아버지 물 없어요?”


내 물음에 대답도 없이 할아버지는 고개만 좌우로 흔들었다.
나는 할아버지의 보온밥통 뚜껑을 들고 물을 구하려 역 구내도 들어갔다.
대합실 한쪽에 식수대가 보였으나 온수는 없었다.
노인에게 찬 물을 갔다 드릴 수는 없었다.
할 수 없이 역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 정수기에 있는
뜨거운 물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찬물과 뜨거운 물을 적당히 섞어 마시기 알맞도록 하여   
할아버지에게 갔다 드렸다.
노인은 힐긋 나를 한번 처다 보고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물을 마셨다.


나이가 몇 살쯤 됐을까?
행색이나 얼굴 모습으로 보아 어림하여 80은 될 듯 보였다.
나는 노인을 상상해 보았다.


할머니(부인)는 이미 돌아가시고 홀로된 노인일 것이다.
아침에 집을 나오셨을 것이다.
며느리가 건네주는 도시락을 배낭에 메고 노인은 이곳저곳
다니면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밖에 나오지 않고 집안에 있고
싶지만 며느리 눈치 때문에 차라리 집을 나와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거동이 불안하여 네발 지팡이를 짚고 다녔으니 노인의
행동반경은 지극히 제한되어 있었을 것이다.
늘 노인의 점심 장소는 역 대합실 어였을 것이다.
도시락 반찬이 조린 김치 한 가지 뿐인 것을 보니
그리 착한 며느리는 못 되는 듯 했다.
노인은 날마다, 날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저녁이 되서야
달갑지 않은 집으로 돌아 갈 것이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며느리가 싸 주는 도시락을 들고
또 집을 나오고...

 
나는 생각했다.
어느 땐가 나도 저리 될 것을...
마치 곧 닥쳐올 미래의 내 모습을 보는 듯 했다.
만약 내가 의지 할 곳 없고 삶의 의미를 잃었을 때
나도 저 노인처럼 거리를 방황하면서 살 수 있을까?
아무래도 나는 자신이 없을 것 같았다.


기차가 왔다.
완행열차는 느리게 움직였다.
차창에 노인의 환영이 흐릿하게 보였다.
조금 전 역 휴게실에서 꾸역꾸역 도시락을 먹는  노인의 모습 였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얼굴은 바로 내 자신이었다.


아무래도 또 길을 떠나야 할 듯하다.
어디로 떠날 까...?
그 노인처럼 기껏 떠나 봤자 맨 날 다람쥐 쳇바퀴 돌듯
거기서 거기....
나는 결코 그 노인처럼 여기를 뜨지 못할 것이다.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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