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사랑의 어록

사랑 후에 오는 것들(1)...

migiroo 2011. 6. 27. 00:10

사랑 후에 오는 것들(1)...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잊는다는 건 꿈에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내가 잊으려고 했던 것은 그가 아니라,
그를 사랑했던 내 자신이었다.
그토록 겁 없이 달려가던 나였다.


.................

 

그를 만나지 못해도,
영영 다시는 내 눈앞에 보지 못한다 해도,
잊을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때 그를 떠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랑이 사랑 자신을 배반하는 일 같은 것을 상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랑에도 유효 기간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사랑의 속성이었다.
우리는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믿게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사랑이 가지고 있는
속임수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사랑의 빛이 내 마음속에서 밝아질수록 외로움이라는 그림자가 그만큼 짙게
드리워진다는 건 세상천지가 다 아는 일이지만, 나만은 다를 거라고,
우리의 사랑만은 다를 거라고 믿었다.

 

- 공지영의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본문 중에서...     

 

 

              

 > 글: 미지로(未知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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