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사랑의 어록

♪ 빗물처럼 나는 혼자였다.

migiroo 2011. 6. 29. 09:47

빗물처럼 나는 혼자였다.   


                                                            - 작가 공지영  

 

 

 


 잘못된 사랑은 사랑이 아닐까?
 나이를 많이 먹은 지금 나는 고개를 저어봅니다.
 잘못된 것이었다 해도 그것 역시 사랑일 수는 없을까요?
 그것이 비참하고 쓸쓸하고
 뒤돌아보고 싶지 않은 현실만 남기고 끝났다 해도,
 나는 그것을 이제 사랑이었다고 이름 붙여주고 싶습니다.


 나를 버리고, 빗물 고인 거리에 철벅거리며 엎어진
 내게 일별도 남기지 않은 채 가버렸던
그는 작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며칠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지요.
 그가 죽는다는데 어쩌면 그가 나를 모욕하고
 그가 나를 버리고 가버렸던 날들만 떠오르다니.
 저 자신에게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리고 그의 죽음보다
더 당황스러웠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지만
 그러나 그것 역시 진실이었습니다.


 죽음조차도 우리를 쉬운 용서의 길로 이끌지는 않는다는 것을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인간의 기억이란 이토록 끈질기며 이기적이란 것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다만 영혼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직 다 용서할 수 없다 해도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다행입니다.
 우리 생애 한 번이라도 진정한 용서를 이룰 수 있다면,
 그 힘겨운 피안에 다다를 수 있다면 저는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이별로 향하는 길이라 해도 걸어가고 싶습니다.


- 공지영의 빗물처럼 나는 혼자였다. 본문 중에서...     

               

♪ Unspoken Words

 


> 글 옮김 : 미지로(未知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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