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8.24
호박 꽃~
아침부터 또 비가 내린다.
많이 오는 것도 아니다.
그냥 심심해서 오는 것처럼 찔끔찔끔 내린다.
반짝반짝한 해를 본지가 언제인지 모른다.
엊그제 처서가 지나서인지 더위는 조금 가신 듯 한데 여름 우기도 아니고
매일 비가 오거나 잔뜩 찌푸린 날만 계속 되고 있으니 사람이나 식물이나 할 것 없이 축 쳐져 있다.
하물며 일조량이 절대 부족한 농작물들의 형편은 그야말로 말이 아니다.
요즈음 날씨가 왜 그럴까?
아무대로 한반도의 기상이 예사롭지가 않다.
이러다간 사계의 순환질서가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겁이 덜컥 난다.
빗방울이 초롱초롱 맺힌 꽃 접사 사진을 찍어 볼까 하여
우산은 써도 구만 안 써도 구만 카메라매고 가까운 들로 나갔다.
그러나 접사할 마땅한 꽃은 없고 농가 주변에 호박꽃만 여기저기 보인다.
호박꽃도 꽃이니 호박꽃이면 어떨까 싶어 햇빛을 보지 못해 쭈굴쭈굴
처져 있는 노란 호박꽃잎에 카메라 앵글을 최대 가깝게 갖다 되고
초점을 맞추려 하니 호박꽃이 방긋 웃으며 내게 말을 건넨다.
“아니, 아저씨 나같이 못생긴 꽃을 왜 찍나요?”
나는 깜짝 놀라 호박꽃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니, 네가 왜 못 생겼어~”
“이 세상의 그 어떤 꽃보다도 예쁜 꽃인걸.”
그렇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호박꽃 보다 예쁜 꽃이 없는 듯하다.
장미꽃이 아무리 꽃의 여왕이라 하지만 호박꽃보다 사람에게 이로울 게 없고,
우아하다는 백합꽃도 호박꽃보다 더 나을 게 없다.
매화꽃이 아무리 사군자라 뽐내지만 호박꽃만큼 풍요로운 꽃은 못 된다.
우리 식탁을 풍요롭게 해주는 호박이야 말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 같다.
이 세상의 어느 꽃이 호박처럼 우리를 풍요롭게 해주고 있는가?
사람들은 곧잘 비유를 한다.
못생긴 사람을 보고 호박꽃 같다고.....
그러나 그 호박꽃 같은 사람이야 말로 그 어떤 미인보다도
알차고, 순박하고, 속이 찬 사람이라는 것을 이미 인정하고 있다.
호박은 호박만 먹는 것이 아니고 호박잎도 먹는다.
호박과 호박잎은 우리들의 어머니 손끝을 거쳐 정말 여러 가지로
가공되어 가정의 식탁을 즐겁게 해 준다.
그리고 호박의 효능은 보양식이라든가 약효로도 정평이 나 있다.
호박의 약효는 부종을 다스리고 간경화증에 좋으며,
중풍 예방 효과와 빈혈, 어지럼증, 저혈압에 좋다고 한다.
또한 호박은 췌장에 작용해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여
당뇨병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고 호박의 프로테아제 성분은
항암작용을 하여 폐암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의학계는 전한다.
이런 호박을 누가 못생김의 대명사로 폄훼하는가....
무릇 잘 생긴 미인은 그 자세가 오만하고 추하지만,
미인이 아닌 보통 사람은 늘 맑고 겸손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호박꽃을 못생긴 꽃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세상을 한 눈으로 겉만 보고 사는 사람이고,
호박꽃이 아름다운 꽃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세상을 두 눈으로 속까지 바라보는 사람이다.
오늘 호박꽃을 접사하면서 새삼 호박의 고마움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반성 한다.
행여 나도 호박꽃을 못생긴 꽃이라고 폄훼하면서
세상을 한 눈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다.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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