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6
멧돼지 수난~
요즘 연일 멧돼지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아니 사람들이 멧돼지에게서 수난을 당하고 있다고 해야 되나...?
한 때는 그 개체수가 너무 줄어 보호 야생동물로 분류되어 왔는데
지금은 개체수가 늘어 사냥꾼들의 놀이(수렵)감으로 허용한다하니
아무래도 멧돼지의 수난기라로 해야 될 듯싶다.
▲사진 켑쳐
이놈들이 수시로 농가에 나타나 농작물들을 마구 망쳐 놔 농민들을 화나게 만드는가 하면
겁도 없이 도심지까지 출현하여 사람들을 겁주고 때로는 인명피해까지 입히고 있으니
이제는 보는 족족 죽여 버리게 됐으니 그놈들이나 사람들이나 딱하긴 마찬가지인 듯 하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볼일이다.
왜 멧돼지 놈들이 농가나 도심지까지 내려오게 됐는지를...
원인은 바로 산에 먹을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옛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人飢三日 無計不出 (인기삼일 무계불출)
‘(사람이)사흘을 굶으면 무슨 짓이든 한다.’
‘사흘을 굶으면 눈에 뵈는 게 없다.’
‘사흘을 굶으면 담 안 넘을 사람 없다.’
모두 같은 의미의 속담이다.
이와 같이 사람도 배가 고프면 이성을 상실하고
먹을 것을 찾아 도둑질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본성인데...
하물며 동물들이야 말할 것도 없음이다.
예전에는 산에 야생동물들의 먹을거리가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그래서 야생동물들이 민가로 내려 올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탐욕스러운(?) 인간들에 의해 점점 그 먹을거리가 귀해 졌다.
급기야 굶주림에 지친 멧돼지 등 야생동물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민가까지
내려와 먹을 것을 찾아 헤매게 된 것이잖은가?
새나 다람쥐가 먹고 살아 가야할 도토리도 사람들이 싹 쓸어 간다.
칡뿌리도 차로 다려 마시면 몸에 좋다하여 사람들이 몽땅 케 가고,
개구리나 뱀도 사람들의 몸보신용으로 모두 잡아가 버린다.
농약, 살충제를 마구 뿌려 작은 곤충들마저도 점점 사라지고,
약효가 있다고 산 속의 버섯이나 산나물도 몽땅 사람들이 케 간다.
이래서 산속에서의 먹이사슬이 파괴되고 동물들의 먹을거리는
심각하게 훼손되고 사라져 가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들이 먹을 것을 찾아 민가까지 나타나게 된 원인을
찾는다면 엄밀히 따져서 결국 사람이 그 원인의 장본인 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까치밥도 남겨 두고, 밭에서 새참을 먹을 때도
먼저 고수레 하면서 먹을 것을 들에 뿌려 주고,
과일 같은 것도 모두 따지(수확)않고 조금 남겨 놓고,
대문 앞에 고양이나 들개들의 먹이까지 놓아 주고 살았다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까치밥은 고사하고 까치마저 농작물에 해가 된다하여 죽여 없애고,
고수레는 미신이라하여 먹을 것을 배풀지 않는다.
과수원은 아예 그물로 깡그리 뒤짚어 씨워 그 어떤 조류나 동물들의 접근
조차도 허용하지 않는다.(한 두 그루쯤 그네들에게 내 줄만도 한데 말이다.)
대문 앞에 고양이 먹이를 놓아 주기는 커녕 길에서 헤매이고 다니는
고양이나 유기견들이 물 조차 먹지 못해 굶주림에 먹을 것을 찾아 방황한다.
오로지 사람들만 배불리 먹으면 됐지 그네들까지 챙겨줄 여유가 없음이다.
물론, 사람 사는 마을까지 멧돼지가 나타나 농작물과 인명 피해를 입히는
상황이 발생하니 어쩔 수 없이 사살하는 수밖에 없다고 이해는 되지만
총 맞아 죽어 나가는 멧돼지를 보면 왠지 미안하고 마음이 씁쓸해 진다.
이 세상은 결코 인간만이 살아가는 전유물이 아니다.
이 세상은 모든 만물이 사람과 더블어함께 살아가는 공유물이다.
아무쪼록 멧돼지 가족들이 민가까지 내려오지 않도록 산에 있는
동물들의 먹을거리까지 사람들이 손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물론 산에서 생업을 하는 농민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
야생동물, 그 들도 먹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
총 맞아 죽은 멧돼지들의 명복을 빈다.
이렇게 빌면 나 보고 미친놈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살아 있는 생명은 모두 소중한 것이다.
>미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