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3.5
장석주의 도덕경 느림과 비움
지족불욕 지지불태 기이장구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만족할 줄 알면 욕심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서 오래 갈 수 있다.
상덕부덕 시이유덕 上德不德 是以有德
하덕불실덕 시이무덕 下德不失德 是以無德
높은 덕을 지닌 사람은 그 덕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
그래서 덕이 있고, 낮은 덕을 지닌 사람은 그 덕을
잃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덕이 없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경구의 한 구절이다.
오늘 작은 서재를 정리하다 장석주의 ‘느림과 비움’이 눈에 들어왔다.
2005년도에 사서 본 책인데 벌써 10년이 지난 묵은 책이다.
무심코 책 중간쯤을 펼쳐 보니 위의 구절에 밑줄이 그어져 있다.
그 뜻을 다시 한 번 음미하고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 보기로 했다.
좋은 책은 몇 번이고 읽어 봐도 손해 날 것이 없지 않은가.
느림과 비움
매사에 성미가 급한 나에게 진정 필요한 가르침이 아닌가 싶다.
아니 나뿐만이 아니라 숨차게 바삐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에게도
절실히 필요한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얼마나 빨리 달려 왔던가.
생각해 보면 어리석기 짝이 없는 노릇이 아닌가.
남보다 좀 더 빨리 달려가려고 안간힘을 쏟았는데 막상
와 보니 되돌아 갈 수도 없는 저승길 막다른 길 목이다.
그 해 시인 장석주가 서울 거처를 버리고 어느 시골에 작은 집을 짓고
밭을 일구며 고요의 삶으로 들어갔다 하니 나 또한 그와 비슷하지 않은가.
그러나 그는 산촌의 삶을 통하여 ‘느림과 비움’의 진리를 깨쳤지만....
그런데 나는 뭔가...,
고작 한해를 살고는 외롭다느니 고독하다느니 추위가 고통스럽다느니....
불평불만을 달고 살고 있지 않은가.
역시 무식자와 식자(識者)와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느림과 비움’
시인의 에세이는 이렇게 말한다.
도덕경 81장을 하루 한 장씩 읽으며 노자와 함께
무위(無爲)와 자연의 삶을 사는 기쁨과 행복을
찾아보라고....
오늘 나는 내 마음 속에 ‘無爲亭’하나를 짓고
틀어 앉아 ‘느림과 비움‘의 세계로 들어간다.
오늘은 정월 대보름....
산촌의 청년회원들이 나를 찾아 왔다.
그리고 대보름 쥐불놀이 행사가
오늘 밤에 있으니 나오란다.
그들에게 작은 성금을 손에 쥐어주고
다시 책을 펴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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