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3.10
바람 부는 날의 상념~
이젠 산촌마을에도 봄이 찾아 왔나 했는데...
밤이 되자 기온이 영하권으로 뚝 떨어지고 덩달아 바람도 신이 났습니다.
경칩이 지나 춘분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데 계절은 다시 되돌아 겨울로
역주행 하는 듯 합니다.
꽃샘추위가 이 정도라니 겨울의 봄 시새움이 참으로 매섭습니다.
밤새 바람은 매섭게 으릉릉~ 거리며 산촌의 숲을 흔들어 댔습니다.
오늘 낮 종일 바람은 그칠 줄을 모르고 산촌을 휩쓸고 다니고 있습니다.
작은 비닐하우스가 넘어질 듯 넘어질 듯 위태롭고, 장작더미 위에
씌워 놨던 비닐 덮개가 어디로 날아갔는지 행방이 묘연합니다.
수도가의 물통도, 바케스도 어디론지 날아가고 없습니다.
마당의 수도관이 또 얼어붙었습니다.
대문 앞에 주차해둔 자동차 시동이 또 걸리지 않습니다.
배터리를 새것으로 갈았지만 기온이 영하7-8도 이하가 되면
시동 거는데 애를 먹습니다.
이렇듯 산촌에서의 겨울나기가 힘겹고 불안하니 앞으로
수많은 겨울을 어찌 날 것인지 두렵고 걱정스럽습니다.
토박이 산골 사람들의 고충이 이제야 이해됩니다.
그러나....
고통 없는 사랑이 없듯이 어찌 안락한 산촌의 삶만을 바라겠습니까.
진정한 사랑은 처절한 고통 속에서 피어난다는 말처럼 혹독한
겨울과 매서운 바람이 있어야 환희의 봄을 맛볼 수 있겠지요.
바람이 아무리 심술을 부린다 해도
봄은 이미 산촌의 문턱까지 왔음을 압니다.
날마다 따뜻하고 편리한 도심의 아파트 생활이 그립습니다.
커피숍도 가 보고 싶고, 호프집 친구들과 술도 한잔 나누고 싶습니다.
왁자지껄한 밤거리 먹자골목도 가 보고 싶고, 영화도 보고 싶습니다.
대형마트도 가 보고 싶고, 백화점도 가 보고 싶습니다.
도심 속의 멋진 공원길도 걷고 싶고,
강변길 자전거도 신나게 타고 싶습니다.
그러나 칼처럼 이런 욕구를 단호히 내칠 것입니다.
오늘처럼 바람이 불어도 좋고,
겨울나기가 고통스러워도 할 수 없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흙과 사는 산촌이 더 좋고,
이 길이 진정한 나를 찾아 가는 길임을 알아 더 좋습니다.
이것이 내가 갈망하는 ‘미지로 떠나는 여행’입니다.
바람아 불어라! 그냥 불지 말고
이 세상 온갖 추악한 탐욕을 날려 보내라.
<詩> 박용철
바람 부는 날
오늘따라 바람이 저렇게 쉴 새 없이 설레고만 있음은
오늘은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위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단 말인가
풀잎에 나뭇가지에 들길에 마을에
가을날 잎들이 발갛게 쏠리듯이
나는 오늘 그렇게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희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인가
아! 지금 바람이 저렇게 못 견디게 설레고만 있음은
오늘은 또 내가 내게 없는 모든 것을 깨닫고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인가
>未知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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