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4.5 봄비 그리고 식목일 단상~
며칠째 봄비가 내립니다. 숲과 봄꽃들이 빗물에 흠뻑 취해 더욱 생기가 돋습니다. 남녘의 벚꽃은 벌써 낙화 준비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봄비에 흠뻑 젖은 벚꽃 잎이 꽃비 되어 내리고 있고, 노란 개나리는 이미 새파란 잎사귀를 가지마다 총총히 내밀고 있습니다. 숲들이 봄꽃은 피우는 것은 절정이 아니고 풍성한 열매로 향하는 여행의 시작입니다.
오늘 아침 산촌은 희뿌연 안개와 비에 젖어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랜 가뭄 목말라 있던 대지도 오랜만에 단비를 맞아 갈증을 풉니다. 크고 작은 산새들이 숲속에서 짝짓기 연인을 찾아 울어대고 계곡이 물소리도 힘차게 합창하며 긴~ 여행을 떠납니다.
자연의 섭리는 이렇듯 우리 사는 세상에 수많은 생명체에게 말할 수 없는 혜택과 경이로움을 선물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날마다 자연에 감사하며 살아야 합니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자연의 범주에서 살아야 합니다. 자연은 개발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그에 순종해야할 대상입니다.
그런데 작금 자연을 거스리는 무모한 행동들이 이곳저곳에서 저질러지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단 며칠 올림픽 경기를 위해 수백 년 아름드리나무를 무참하게 베어 내는가하면, 교묘한 술수를 동원 고의적으로 산에 불을 내 숲들을 태워버립니다. 4대강을 파헤쳐 수만 년 유구히 흐르던 강물의 흐름을 막고도 그분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또 어는 곳에선 집을 짓는 다고, 길을 낸다고 산 하나를 깡그리 뭉개버리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들이야 말로 바로 위대한 자연에 대한 무모한 도전이고 만행(蠻行)입니다. 이러고도 인간들은 비가 안온다고 하늘을 원망하고, 비가 너무 많이 내린다고 또 하늘을 원망합니다. 바람이 강하다고 하늘을 탓하고, 풍랑이 거세다고 하늘을 탓합니다. 비도, 바람도, 파도도 모두 자연이 주는 혜택입니다.
자연은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 꽃 한 송이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연은 봄이 오면 꽃을 피우고, 가을이 되면 풍요로운 수확을 약속해 줍니다. 인간은 결코 자연을 정복할 수도 지배할 수도 없는 나약한 존재에 불과합니다. 자연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에 순응하며, 순종하며 살아야합니다.
오늘은 식목일입니다.
식목일에 봄비가 내린다는 것은 자연의 축복입니다. 지난 시대 식목일에는 어린 묘목을 산마다 다니면서 심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산에 나무를 안 심어도 우리의 산은 울창합니다. 바로 지난 시대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심어놓은 것들입니다.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숲을 잘 가꾸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오늘 나는 한 그루의 ‘감나무’를 마당에 심었습니다. 몇 년 후에는 틀림없이 풍성한 감을 가득 선물해 줄 것입니다. 오늘도 자연에 살면서 자연에 감사하며 하루를 마감합니다.
>未知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