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7.21.
산촌의 아침~
며칠째 잔뜩 찌푸린 하늘에 굿은 비가 오락가락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비가 개고 하늘이 환한걸 보니 해가 날 듯 말 듯 합니다.
이른 아침 산촌의 공기는 너무도 맑고 상쾌합니다.
하늘을 보며 두 팔을 벌려 심호흡을 길게 해 봅니다.
맑고 차가운 아침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듭니다.
밤사이 자욱한 안개비가 내리더니 아침이 되자 앞산 중턱에
하얀 솜털구름이 길게 누워 있습니다.
풀잎들은 영롱한 물방울을 잔뜩 매달고 아침을 맞고 있고,
숲속 새들도 잠에서 일어나 하루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텃밭의 고구마 줄기는 신바람이 나 왕성하게 자라고 있고,
새파랗던 토마토도 어느새 먹음직스럽게 빨갛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가지와 고추도 서로 경쟁하듯 주렁주렁 새끼들을 매달고 있습니다.
이런 아침 텃밭을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은 행복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이런 행복을 혼자 다 차지하기엔 너무 미안한 것 같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 주려합니다.
산촌에 사니 사람구경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주말이 돼서야 옆집, 아랫집, 윗집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모두들 도심 아파트에 살면서 주말만 왔다 놀다 가는 사람들입니다.
서로 인사도 별로 없어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자주 없지만
그래도 모처럼 사람들 모습을 보면 한결 외로움이 가십니다.
그분들에게 채소며 고추며 감자, 오이 따위를 따서 조금씩 드립니다.
이 작은 나눔은 이 산촌에서 모처럼 사람구경을 하게 해준
그분들에 대한 저의 감사의 인사입니다.
산촌의 아침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아침 이슬 맞으며 텃밭을 둘러보고
산새들과 안녕하고 인사를 나눕니다.
뜰 악의 봉선화도 한창입니다.
오늘은 저의 늙은 새끼손가락에
봉숭아물 한번 드려볼까 합니다.
>미지로 떠나는 여행 未知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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