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8.
시인의 책 ‘나와 당신의 거리’ 를 만나다.
-김정한
날씨가 너무 차다. 바람도 매섭게 분다.
사람 만나 본지가 달포가 넘었다.
사람이 그리워 오랜만에 산문을 나선다.
읍내 시장바닥을 한 바퀴 돈다.
진한 사람 사는 냄새, 오랜만이다.
밑반찬 몇 가지를 샀다.
콩나물도 조금 사고 장터국밥도 샀다.
책도 그립다.
읍내에 딱 하나 밖에 없는 책방.....
들어서니 손님이 한 사람도 없이 텅 비어있다.
50대 쯤 돼 보이는 여주인이 반갑게 맞는다.
무슨 책을 살까, 이 책 저책 뒤적이다....
‘나와 당신의 거리’를 집어 들었다.
나와 당신의 거리....
글쎄 가까울까, 멀까.
아무 페이지를 열고 한 번 읽어 본다.
「서로 사랑하면서 기쁨, 고통과 만나며
사랑에 대한 예의를 배운다.
오늘따라 세상이 빗속에 갇혀 촉촉이 젖어 있다.
그리움이 깃털보다 가벼워 바람에도 흔들린다.
사방이 고독으로 가득 차 있다.
끝없이 펼쳐진 고비사막을 홀로 힘겹게 걷는 기분,
모래사막을 오르다가도 모래사막을 내려가다가도
그리운 목소리 들릴까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보헤미안이 되어 마르지 않는 그리움을 안고 떠난다.
--- 」
사랑에 대한 애절함, 고독과 외로움이 짙게 배여 있다.
작가의 내면에 짙게 깔린 고독 그리고 사랑.....
그런 감정들이 내 마음 속으로 짜르르 전이되어 온다.
김정한 이가 쓴 두 번째 사랑 에세이라고 했다.
시인으로서 문단에 데뷔한 그녀가 시(詩)가 아닌
시인의 애틋한 감성으로 쓴 글 이니 배고픈
나의 문학적 감성을 채워 줄 수 있을 듯싶었다.
책을 사들고 다시 산문으로 들어서니
그야말로 칼바람이 온몸을 핥고 지나간다.
서둘러 군불을 지핀다.
그리고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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