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음악~/책 속으로...

100원짜리 책~

migiroo 2017. 5. 26. 15:40

>2017.5.20.

 

 

100원짜리 ~

 

  

삐릭~ 핸폰에 문자가 왔다.

주말에 북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남구청의 안내 문자였다.

도심에 살 때 올려둔 주소가 변경되지 않았는지 종종 보내오는 문자이다.

 

가 볼까, 말까 망설이다.....

 

좋은 책 구경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라 여겨 산촌을 나온다.

차창으로 빨려 들어오는 훈풍을 맞으며 45km를 달려간다.

5월의 초록빛 호반 공원에 펼쳐진 작은 북 페스티벌이라.....

상상만 해도 즐거운 장면이다.

오늘은 무슨 책을 살까.....

책을 사는 즐거움은 영혼을 맑게 한다.


 

 

 

그런데 행사장에 와 보니 다양한 도서가 전시 판매될 줄 알았는데.....

책은 별로 없고 초청 작가의 강연과 어린이 코너 등 부대 행사만 있다.

조금은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행사장을 둘러본다.

다행히 한 쪽 구석에 작은 헌책 코너가 보인다.

작은 팻말에 한 권에 100원이라 적혀 있다.

아무리 헌책이라 하지만 한 권에 100원 이라니.....

책을 뭘로 보고.....

색이 바라고 손 떼가 묻은 책 3권을 골라들었다.

차마 300원만 낼 수 없어 천원을 내밀었다.

그리고 파란 물결이 이는 호스가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한 권의 책을 펴들었다.

 

제목, 꿈꾸는 자연의 사계 소박한 정원

오경아 지음.... 2009년 디자인하우스 펴냄.

책 표제의 느낌이 좋다.

 

한편의 서정시 같은 5월 호반.....

그 호반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책을 펴든다.

오경아는 자연 속에서 소박한 정원을 가꾸며

식물과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준다.

꽃 한 그루 가꿀 수 없는 한 평의 땅도 없는 도심의 아파트 삶.....

그래서 현대인들의 가슴은 점점 메말라 가고 있는지 모른다.

파란 하늘과 푸르른 숲, 밤하늘의 달과 별......

온갖 벌레들과 새 소리, 바람 소리, 물소리......

그리고 한 평의 땅, 한 줌의 흙.....

소박한 정원을 가꾸며 살 수 있는

나의 외로운 산촌의 삶.....

이제는 외롭지만 살 만한 곳임을 깨닫는다.


책값이 비싸다고 좋은 책이 아니고,

싼 책이라고 해서 나쁜 책이 아니다.

신간이라고 해서 좋은 책이 아니고,

헌책이라고 해서 나쁜 책이 아니다.

 

오늘 100원짜리 헌책을 사고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으니

너무 기분 좋은 하루다.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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