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知로 가는 땅/예슬이의 인도여행

2.인도의 첫 날, 암릿차르에 가다.

migiroo 2009. 10. 7. 09:23

 

  

 

인도는 되는 것도 없는 곳이지만, 안 되는 것도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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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무엇을 하던 흥정을 해야 하는 곳이다.
가이드와 여러 번의 밀고 당기는 흥정 끝에
낙찰(기차 요금)을 본 것 같았다.
(본문 중에서...)

 

 

아침 7시20분에 암릿차르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새벽부터 호텔을 나왔다.

인도의 겨울은 우리나라의 초가을과 같은 날씨로 낮과 밤의 기온차가 15도 이상 나는데

아침에 거리를 나서니 싸늘한 찬 기운이 몸을 감싼다.

 

 

 ▲암릿차르 골든템플의 아름다운 모습

 

한국의 백화점에서 산 만원짜리 숄(shawl)로 몸을 감싸니 추위가 조금은 누그러지는 듯 했다.

(이 만원 짜리 싸구려 숄은 인도여행 내내 추위를 막아주는데 요긴하게 쓰였다.

인도를 떠날 때 현지인에게 주고 왔으니 물건 값의 열배는 톡톡히 한 샘이다.)

 

이른 아침 시장은 장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느릿한 움직임이 보인다. 거리를 배회하는 덩치가

큰 소에게 채소를 갖다 주는 사람, 쓸어도 여전히 지저분한 거리를 열심히 비질을 하는 사람,

피부병을 앓는 개도 보였다.

 

델리 역에 도착하니 기차시간을 잘못 알아 우리가 타야하는 기차는 벌써 떠나고 암리차르로 가는

다른 기차를 타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우왕좌왕 난리가 났다. 그 북새통에 내 뒤에서 뛰어오던

친구를 잃어버려서 우리는 서로 찾느라고 헤매고 다녔다. 59명의 단체가 플렛포옴에서 달리기를

하는 광경은 아마도 진풍경이었을 것이다.

 

여행첫날부터 이렇게 꼬이기 시작하다니 정말로 앞으로 한 달간을 어찌 지낼까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출발한 기차를 세워서 우리 일행은 또 백 미터 달리기를 하여 올라탔다.

그런데 출발한 기차를 세워서 탈수 있는 곳이 인도 아니면 어디서 할 수 있으랴. 나중에 느낀 것 이지만

인도는 되는 것도 없는 곳이지만 안 되는 것도 없는 곳이었다. 기차 승무원들은 59명이나 되는 단체를

차표도 없이 태웠으니 이것이 웬 횡제냐 싶었는지 차비를 따따블로 요구했다.

 

인도는 무엇을 하던 흥정을 해야 하는 곳이다. 가이드와 여러 번의 밀고 당기는 흥정 끝에 낙찰을

본 것 같았다. 공돈이 생긴 승무원들은 아마 그 돈으로 기차의 직원들과 나누어 가졌을 것이다.

어쨌든 기차에 탄 우리들은 이곳저곳 빈자리를 찾아 앉았는데 나는 재수가 좋게 특실에 배정받았다.

특실 칸을 쭉 훑어보니 중산층의 사람들이라 외모도 깨끗하고 부자 티가 났다. 내 옆 좌석에 앉은

인도남자도 아주 멋있어 보이고 꽤나 부자인 것 같았다. 핸드폰에 전자계산기도 달려있는 최신식의

제품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 남자와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우리는 한 달간 인도를 여행할

것이며 여행할 곳의 여러 지명을 얘기하니 자기도 안 가본 곳이 많다며 무척 부러워했다.

자신도 한국을 가본 적이 있는데 너무 추워서 혼났다고 하면서 눈이 와서 아주 멋이 있었다고 말했다.

인도의 북부 사람들은 키도 크고 미남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내 옆에 앉은 사람이 전형적인 북부 사람인

것 같았다. 암릿차르 조금 못가서 그가 내릴 때 기념으로 한국산 일회용 인스탄트 커피를 주었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무척 고마워했다.

 

차창 밖으로 풍경을 보니 기차 길 옆에 비닐천막으로 대충 삼각형 모양새를 갖춘 판자촌이 보이고

남루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건물들은 너무나 단조롭고 거기다가 먼지까지 뿌옇게 뒤집어쓴

모습은 너무나 삭막했다

 

 

 

 ▲골든 템풀의 원경

 

7시간여를 타고 암릿차르 역에 내리니 대합실에 있던 걸인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박시시(동냥)를 한다.

잔돈도 없고 어수선한 분위기에 그냥 대합실을 빠져나왔다.

 

골든템플로 가기위해 릭샤왈라와 가격을 흥정하였는데 50루피 달라는 걸 깎아서 20루피에 4명이 타고나니

꽤나 흥정을 잘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골든템플은 시크교도의 성지로 연못 중앙에 건물이 있고 지붕은

사백 여 톤의 금으로 장식된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이다. 인도에는 대리석이 굉장히 흔해서 인지 골든템플은

회랑(回廊)을 비롯하여 거의가 대리석으로 지어졌는데 규모가 무척 크고 참배하러 오는 신자들로 줄을

잇고 있었다. 하루 종일 확성기로 시크교의 경전소리를 끊이지 않고 들려주는데 힌두어로 노래하는 경전소리는

이곳이 인도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나게 했다. 건물 구석구석마다 시크교의 성자들이 흰옷을 입고 앉아있고

그들에게 경배하며 돈도 앞에 놓고 존경을 표하는데 성자들이 하는 일이란 하루 종일 앉아있는 것 밖에 없었다.

그들 앞에 돈도 던져주니 내심 너무 편한 성직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인들은 외국인인 우리가

신기해서 쳐다보고 우리는 수많은 인도사람을 한꺼번에 보니 또 신기해서 처다 보고 서로가 호기심 가득 찬

눈길을 건넸다. 어떤 예쁘장하게 생긴 인도아가씨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Where are you from?

 

 

 ▲골든 템플 앞에서(필자)...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생글생글 웃는다. 인도 여자들은 예쁜 사람이 많다 특히나 눈은 정말

매력적이다. 쌍꺼풀진 큰 눈에 검은 눈동자, 속눈썹도 길어서 한참 쳐다보면 깊이 빠져들어 간다.

조그마하고 쌍꺼풀이 없는 눈을 가진 동양인인 나는 인도 여인들의 눈이 그저 부럽기만 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암릿차르 역의 수많은 걸인 중에서 제일 어려보이는 걸인에게 10루피를 주었다. 하지만 고맙다는

인사는 할 줄을 모른다. 얼른 돈을 낚아채더니 다른 사람에게 또다시 손을 내민다. (인도에서 수많은 걸인들에게

돈을 주었지만 한 명도 고맙다고 인사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너무나 당연하게 돈을 받는다.)

 

밤에는 대합실이 걸인들의 잠자리인 듯 허름한 모포를 둘러쓴 사람들이 발 디딜 틈이 없이 줄줄이 누워있었다.

밤 9시 30분 침대칸 열차를 타고 다시 뉴델리로 향했다

 

침낭을 펴고 자리에 누우니

여행하느라 피곤한지

다음날 새벽이 올 때까지

깊은 잠에 빠졌다.

 

>글 : 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