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索의 窓門/여행~

1.지리산 둘레길(들어가기 전에...)

migiroo 2009. 10. 27. 01:05

 

 

 

 

 

 

  

 

 

 

 

1.들어가기 전에

 

●여행이란 설렘이다.

 

어떤 여행이든 그것은 육체적 운동보다는 정신적인 여유를 찾기 위한 시간여행이다. 

익숙지 안은 낯선 곳. 처음 가보는 여행지에서 느끼는
호기심과 기대감. 그래서 여행은 멀리 떠나야 재미가 있다.

산과 숲과 순박한 토박이 마을을 만나고
그 곳 사람들을 만나는 여행...
큰길이 아닌 작은 길....
숲속 길을 걷고 또 걸으면서 산을 보고,
숲을 보고, 논, 밭을 보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보고....
그리고 사색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본다.
이것이 진정한 여행이고 이번 여행의 의미이다.

 
●지리산 둘레길 걷기 여행을 떠나다.

 

1박2일 일정으로 남원의 운봉에서 금계까지 약 30km를 걷는 여행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하늘은 보니 잿빛 구름이 가득하다.
일기예보에 영남지방이나, 지리산 지방에 비가 온다는 소식은 없었는데...
구름이 잔뜩 끼어 있으니 마음이 조금은 불안해 진다.
 
아침 6시 반, 애마를 몰고 일행과 합류하기로 한 경주로 향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차창으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경주에 가까이 오자 제법 빗줄기가 많아지기 시작한다.
자동차의 와이퍼를 작동한다. 불안이 점점 더 밀려왔다. 

경주박물관 주차장, 오늘 함께 가기로 한 일행 10명이 다 모였다.
모두들 비가 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차 두 대에 나눠 타고
고속도로를 달린다. 불안한 마음을 다 날려 버리듯이 속력을 높인다.
차는 경부고속도로를 벗어나 88올림픽고속도로로 진입한다.
그런데 하늘은 우리를 보았는지 비를 거두고 점점 맑아지기 시작했다.
불안했던 마음이 일시에 맑아지고 일행들이 환호성을 내지른다.


“그러면 그렇지 우리의 여정에 비가 웬 말이란 말인가!“


기우(杞憂)였다. 공연한 걱정만 했다.

일반 국도 보다도 못한 88올림픽고속도로, 통행료 내기가 억울한 도로다.
그래도 곳곳에 4차선 확장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걸 보니 
전 구간 확장 공사가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그래도 중앙선을 넘어 곡예 하듯 추월하는 미꾸라지 같은 차들이 있어
가슴을 철렁이게 한다.

 


●인월면 장터에서...

 

함양을 지나 지리산 IC를 빠져나와 인월로 향한다.
정오 12시 경, 목적지 인월면에 도착하니 장이 섰는지 거리가 복잡하다.
일행 모두 처음 와 보는 곳 이라했다.
오늘이 마침 인월 5일 장이 서는 날이라니 우리에겐 행운인 샘이다.
예정시간 보다 조금 일찍 왔으니 우선 장부터 구경하기로 했다.

차를 세우려하니 마땅히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용감하게도
인월 파출소 주차장에 차를 됐다.
민중의 지팡이 경찰(?)이니 잠시 주차 좀 했다고 뭐라고 하겠나?
그래도 파출소 안으로 들어가 주차 양해를 구했다.
젊은 아가씨 여경이 상냥히 웃으면서 장시간 주차는 곤란하다고 한다.
역시 백성의 지팡이 우리 경찰이다.
여긴 절대로 방패를 든 전투경찰이 없을 것이다.

 

 

 


장터는 활발했다. 그런데 장터의 물건들이 몇몇 말린 약초나 토종 꿀 등 그리고 가을
농작물을 빼고는 모두 전국 어느 곳에서나 볼 수있는  그렇고 그런 물건 뿐이다.
시골 장터라 해서 신기할 것이 없는 요즈음의 장터가 아니가.
그래도 인월장은 경상도와 전라도의 화개장터 만큼이나 유명했다 한다.
지금도 인월, 운봉은 물론 인근의 경남 함양에서도 장꾼들이 몰려온단다.
우리 일행 여자들이 도심에선 보긴 힘든 박속을 말린 나물을 산다.

박 속 나물은 우리 어머니가 아주 잘 무치셨는데....

글쎄 요즘 젊은 여자들 박속 나물을 무칠 줄 알까....
 
점심시간이다.
장터 이곳저곳을 기웃 거리다 장터 순대 국밥집으로 들어갔다.
입담이 걸걸한 식당 아주머니가 금방 끓인 국밥을 내온다.
시장기가 맛인가, 정말 맛이 있었나, 국밥 한 그릇을 맛있게 먹었다.
자, 이제 슬슬 지리산으로 들어 가 볼까.

 


●지리산 둘레길 안내 센터

 

 

 

인월면 ‘지리산 둘레길 안내 센터’를 찾았다.
예쁜 안내양이 둘레길 코스와 걷기 요령을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안내센터에 있는 둘레길 이용 안내문을 읽어보니 하나같이 절절히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여느 안내문과는 내용이 달랐다.

그냥 상투적인 말이 아니고 찬찬히 읽어 보면 정말 와 닿는 말임을 느낄 수 있다.

“지리산 둘레길은 참회와 성찰의 길입니다.” 로 시작되는 안내문 전문을 여기에 싣는다.

 

 

 

안내센터 마당 앞에 수수께끼 같은 나무 상자 하나가 눈길을 잡는다.
“어? 저게 무슨 상자지...?” 하고 우리 일행들 상자 앞으로 갔다.

상자 전면에 사람 얼굴 모양이 있는데 눈이나 입을 천 주머니로 막아놓은  구멍이 보였다.

그런데 그 구멍 안으로 손을 넣어 보란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먼저 겁부터 나기 마련이다.

사람의 심리는 참으로 묘하다. 무엇이 들어 있을까?
별의별 상상을 해 본다. 그런데 자꾸만 불안한 상상부터 하게 된다.
공포심과 호기심이 교차한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손을 넣고 더듬어보니 작은 나무토막이 손에 잡힌다.
 

 

 

“아악! 이게 뭐야. 내 손, 내손 어떡해...”

시침미를 떼고 비명소리를 지르니 모두들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진다.
내가 손에 잡힌 작은 나무토막 하나를 꺼내 보이니 그제야 안도하며
모두들 한바탕 웃는다.

“둘레길을 웃으면서 시작하라는 뜻인가?“


●도토리 민박집
                           
안내센터를 나와 우리들은 일단 숙소로 예약해 둔 중군마을 민박집로 갔다.
민박집 이름이 도토리 민박집이다. 우선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민박집은 그야말로 다 낡아빠진 허름한 시골집이었다.

 

 

 

50대쯤으로 보이는 주인아저씨 보고 사진 좀 함께 찍자고 하니 한사코 피한다.

쑥스러워서 일까? 부끄러워서 일까?
 
여행하면 호텔이나 콘도 같은 현대적 시설에서 숙식을 했던 것에 익숙한 현대인들....

그에 반하여 모든 시설이 열악하기 짝이 없는 시골 민박집에서 숙박을 하려하니

우선 그 불편함이 많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편리함과 안락한 현대적 주거 시설에 젖어있다.
고생은 사서 한다는 옛 말이 있지만 그것은 옛 말일 뿐이다.  


그러나 여행의 진미는 잠시 안락하고 편리함을 떠나 불편함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행과 불편함을 즐기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다.
그래서 이런 낡은 시골 민박집을 택한 것이 아닌가.

방, 이불, 취사장, 화장실 등등....
모두가 낯설고 시설이 형편없다.


민박집 주인도 그런 열악한 시설이 미안했던지 머리를 긁으며 민망해 한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도 불만이 없었다.

“아저씨, 시설이 아주 좋아요. 괜찮아요. 좋습니다.”

민망해 하는 주인아저씨를 보고 따뜻한 격려의 말을 해준다.

 

●.둘레길 전체 구간 약도

 

▶중군-인월-운봉-인월-중군-장항-등구재-창원-금계마을(총 33km)

 

 

 

 

>미지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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