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索의 窓門/여행~

6.매동마을에서-등구재까지

migiroo 2009. 11. 2. 05:46

 

 

6.매동마을에서-등구재까지

 

▶둘째 날 걷기(제2구간-3) 

 

●매동마을에서 등구재 가는 길...


 


점심을 맛있게 먹고 매동마을을 지나 등구재로

향한다. 지금부터 가파른 길이다.
그러나 임도를 따라 가는 길이니 별로 힘들지 않은 길이다. 매동마을 어귀에 내 걸린 현수막이 시선을 끈다. 개발과 자연보호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듯 하다. 개발(댐 건설)도 인간을 위한 것이고, 자연보존 또한 인간을 위한
것이다.
어떤 것이 바람직한 선택인지 나 자신도 선 듯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다.
경제냐, 문화냐 하는 차이라할까?
경제 없이는 인간의 삶이 윤택해 질 수가 없다.

 


그러나 문화(자연) 없이도 결코 인간의 삶이 행복해 질 수가 없다.
돈과 문화는 조화를 이루어야한다. 타협이 있어야한다.
내 걸린 현수막의 내용을 한번 들여다보자.
 

 

“지리산은 산이어야 한다, 지리산 냄 건설을 반대 한다”는 구호이다.


댐 건설은 효율적인 물(수자원)관리로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혜택을  줄 것이다.

옛말에 지산치수(治山治水)는 곧 치국(治國)이라 했다.
산과 물관리가 곧 국가의 경제라는 뜻이다.
농본(農本)이 곧 근본(根本)일 때의 옛날이나 지금이 다를 바 없다.
산(숲)과 물이 근본이니 산도 중요하고 물도 중하다.
댐 건설은 곧 치수를 의미하니 농자지대본(農者之大本)이 아닌 지금도 
물과 숲은 인간의 삶을 지탱케 해 주는 동력이 될 것이다.


각설하고 댐을 건설 하느냐, 산을 보존 하느냐 하는 문제는 섹스피어의 헴릿이 말한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보는데....


상황쉼터에서 지리산 꿀은 팔고있다.
그러나 주인은 어디 가고 아무도 없다.
주인은 이 귀한 꿀을 놔두고 어디 갔을까?


“여보세요, 여보세요?”


그러나 주인은 간 곳 없고 집은 비어있다.
지리산은 왜 이렇게 자리를 비운 집이 많을까?

 

 


매동에서 등구재로 넘어 가는 길은 처음엔 포장된 임도로 시작되어
고갯마루에서부터는 산길이다.

 

 

S 자로 휘어진 길 너머로 환상적이 그림이 펼쳐진다.
바로 황금빛 다랑이(계단식) 논이다. 오후 2시경...
오후 햇살을 받은 논이 더욱 황금빛을 발하고 있다.

 

 


임도가 거의 끝날 즈음 조금은 경사진 길 위에서 트랙터를 운전하는 농부 아내와 소형 포터를 몰고

뒤 따라 오는 그녀의 남편을 만났다. 

 

 
좁디좁은 비탈진 농로 길을 능숙하게 트렉터를 몰고 가는 젊은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깊은 연민(憐愍)이

느껴짐은 왜일까?
검게 탄 그녀의 얼굴, 흙냄새 나는 억센 손마디, 헝클어진 머리, 햇빛에 검게 그을린 얼굴...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내가 보기엔...)
그녀와 여유롭게 사는 도시의 여인들에 비하여 어느 쪽이 더 행복하고, 불행할까?
아마도 오순도순 남편과 농사 지며 사는 그녀 쪽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그녀 앞에서 카메라를 샷터를 누르니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찍지 말라고 수줍어한다.
포터를 몰고 뒤 따라오는 그녀의 남편에게 내가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 왜 아주머니가 어려운 트랙터를 몰고 아저씨는 쉬운 트럭을 몰지요?”


내 고함 소리에 그녀의 남편이 대답한다.(고함을 친 것은 트랙터 소리 때문)


“나 보다 저 사람이 운전을 더 잘하는 걸요.”


어쩟던 나보다는 훨씬 더 행복한 부부 같았다.
일부 논은 이미 벼를 베어 수확하여 빈 논이고, 아직 수확하지 않은 논은 황금물결을 이루며 가을바람에

출렁이고 있다. 다랑이라는 말은 비탈진 산을 깎아 만든 계단식 논을 말한다.
원래는 강원도 사투리로서 여러 곳에 흩어진 논이나 밭을 세는 단위를 의미한다.
다랭이라고도 하고, 다락논(북한어), 계단식논이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다랑이라고 부른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다랑이 논은 중국 운남성의 계단식 논이다. 
 

 

 

둘레길 가는 길 변에 여기저기 쉼터가 있다. 쉼터라고 해 봤자 주민이
거적 같은 것으로 얼기설기 만든 집으로 라면, 커피, 음료수, 막걸리 등을 파는 곳이다. 장시간 걷는

길손에게는 아주 반가운 쉼터가 아닐 수 없다.
아주 근사하게 만든 집은 아니지만 그 조잡스럽고(?) 너저분한 집이 더 정감이 간다. 등구령 쉼터에서도

차 한 잔 못 하고 그냥 지나쳤다.
종착점 금계까지는 오후 4시간 안에 도착해야지만 버스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랑이 논을 지나니 등구재로 오르는 가파른 숲길이 시작된다.
 

 

●등구재
 
 

 

숲길을 오르니 고개 위가 바로 등구재이다.
등구재란 거북 등을 닮았다 해서 붙어진 이름이란다. 등구(登龜)재는 그 옛날 전북의 상황마을과 경남 창원마을의 경계 지점이다. 당시 창원마을 사람들은 남원 인월장을 보러 등구재를 넘었고, 장황, 매동마을 사람들은 등구재를 넘어와 금계로 나갔다한다. 말하자면 등구재는 나그네가 넘어야하는 고개요,
마을사람들이 넘나드는 소통의 고개였던 샘이다.
조금은 숨차게 등구재 고개을 넘어 창원마을 쪽으로 가니 고행(?)의 보상이라도 하듯 정말 환정적인 숲길이 우리를 맞는다.  

 

 

 

 

하늘 높이 솟아 있는 낙엽송 숲길이다. 전하는 말로는 이 낙엽송은 국유림으로서 어린 나무를 일부러

심을 것이라 한다.
시원스럽게 뻗어 있는 나무 아래로 난 길이 너무나 상쾌하고 장시간 걸어온 피로를 말끔히 씻겨주는

했다. 이런 길이라면 하루 종일 걸어도 피로한 줄 모를 것 같다.
그러나 숲길은 그리 길지가 않았다.

 

 

 

숲길을 나오니 창원마을이다.
마을로 들어가는 어귀에 허스름한 쉼터가 우리를 기다린다.
아마도 이 쉼터가 오늘 걷는 둘레길의 마지막 쉼터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쉼터에는 주인이 없었다.
일종의 무인 판매 쉼터였다.
 

 

 

기둥에 매달린 메뉴판을 보니 소주, 맥주, 막걸리, 오미자차, 고사리, 산나물, 콩, 태양고추, 라면 등등

물건도 다양하다.
한쪽에는 가스렌즈도 있다. 차나 라면은 길손이 직접 끓여 먹고 가라는 뜻이다. 일종의 무인 판매대인

샘이다. 쉼터 구석 판자 조각에 써서 내 걸은 안내문이 참으로 재미있다.


“잡수시소 돈은 이곳에...”

 

 


가격이 적힌 매뉴 판도 걸려있고 돈 넣는 통도 옆에 있다.
요즘 농작물을 훔쳐 가는 신종 도둑들이 많다 들었는데...
이 쉼터 주인은 그런 소문도 듣지 못한 것일까?


아마도 사람을 믿는 다는 뜻이 쉼터 주인의 마음 일 것이다.
전혀 상혼의 냄새가 나지 않는 순박한 냄새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무인 판매대가 도회지에서는 자판기 정도에서나 볼 수 있는데....
물론 일손이 부족하니 주인이 지키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일 테이지만...
도회지에서는 볼 수 없는 순박한 인심이 아직도 농촌에 남아 있음을 본다.
오늘 둘레길을 걷는 고행(?)의 보상을 충분히 받는 것 같다.

 

>다음 장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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