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索의 窓門/여행~

5.장항에서-매동마을까지

migiroo 2009. 11. 1. 23:11

 

 

5.장항에서-매동마을까지


▶둘째 날 걷기(제2구간-2) 

 
●장항마을에 도착하다.

 

 

 

 

 

 

장항마을에 가까이 오니 길목에서 노거수 소나무 당산목이 우리를 반긴다.
장항은 산세의 지형이 노루의 목 형국이라 하여 노루 장(獐), 목 항(項)자를 써 장항이라 했단다.

 

 

  

 

 당산나무는 두 그루가 있는데 한그루는 소나무이고, 또 한 그루는 소사나무같다.

그 중 소나무 당산목은 수령이 400년 이고 보호수로 지정되어 현재도 매년 당산재를 지낸다고 한다.

 

 

 

당산나무 아래 쉼터가 있다.
쉼터 주인은 젊은 지체장애인 이었는데 막걸리도 팔고, 라면, 커피, 음료수 같은 간단한 먹을거리를 오가는

길손에게 팔고 있었다.  우리들은 막걸리 한 잔씩을 돌리며 목을 축였다.
 

쉼터 나무에 매단 민박집 안내판이 귀엽다.
‘박’자의 ‘ㅏ’자를 하트(♡) 모양으로 그렸는데 그 발상이 재미있다.
왜 하트인가? 일행 몇몇의 의견이 분분하다.
내가 결론짓듯 한마디 거들었다.

 

“그 뜻은 민박하면서 사랑하라는 의미이지....”
“....????”

 

정답이 아닌지 모두들 피식 웃는다.

장항마을 앞 장항교를 지나니 차들이 씽씽~ 달리는 국도(60)가 나타난다.
재빨리 도로를 건너질러 둘레길을 찾는다.
다행히 가까운 거리에 둘레길로 가는 표지판이 보이고 산으로 오르는

임도가 나타난다.
 
그런데 국도 변에 아주 요상한 간판이 보인다.
앞서간 여자 일행이 킥킥 웃으며 얼굴을 붉히고 있다.
뭔가 싶어 가보니 정말 황당한 것들이 즐비하게 서있다.
바로 남자의 거시기(男根) 목장승들이다.
나무로 남근을 장승 만하게 깎아서 파는 곳이다.
도대체 옛날 남근 신앙이 유행할 때는 몰라도 21세기 현대에 저런 것들을 만들어 파는 사람도 있고, 사가는

사람도 있다니 참으로 별난 세상이다.

 

 

 

 

 


장항마을 끝머리에 있는 녹슨 양철집이다.
그러나 벽체는 하얀 석회를 발라 마치 갓 빨아 입은 여인의 적삼(한복)처럼 뽀얗다. 얼마나 정겨운 집인가.

벽체에 매달려 있는 위성안테나가 거스르지만....
양옥으로 잘 지은 별장보다도 더 예쁘고 멋진 집이 아닌가 싶다.
골치 아픈 세상만사 다 접고 저런 집에서 농사나 짖고 평생을 사는 것하고
미친 듯 속도를 내며 도시에서 아우성쳐가며 사는 것하고...
어느 쪽이 더 행복한 삶일까? 하고 생각해 본다.
   
 

●매동마을로 가는 길에서...

 

 

 

 

장항마을에서 매동마을 가는 길은 콘크리트 포장된 농로 와

임도와 농로로 꾸불꾸불 뱀처럼 산자락을 향하여 휘어져 있다.

 

 

 

 

 

 

 

 

 

 

 

 

 


 

가는 길에 다양한 꽃들도 만나고 농작물로 만났다.
길가 농가에서 나온 귀여운 강아지들도 만났다.
꼬리를 연신 흔들며 우리 일행을 자꾸 따라 오기도 하여 쫓는다고 애를 먹었다.

 

 

목적지 보다 가는 길, 오는 길 그 여정(旅情)이 더 소중하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자동차에 여정을 빼앗기고 속도전에 매달려 산다.
오로지 목적지가 중요하지 가는 길 여정은 무시한다.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자신을 지나치는 주변 사물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느리면 느릴수록 주변의 사물을 보다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그래서 걷기 여행은 가고 오는 길의 여정이 풍부해 지고 즐거워진다.
즐겁게 걷자. 그리고 많이 보자.

 

 

 


그러나 이것마저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땅 덩어리도 절대 부족한데 죽은 자가 산자보다도 더 많은 땅을 점유하고 있다.
죽음이란 아무것도 없는 빈 손, 무아(無我)의 상태이다.
영혼은 하늘로 날아가고 육신은 한줌 흙먼지로 돌아간다.
그래서 아주 오랜 선인들은 주검을 불에 태워 버리거나 새에게 주거나,
바람에 주어버렸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어떤가, 권세가 높은 수록, 부자일수록 무덤을 크게 쓰고 거창한 석물까지

설치하여 과시한다. 무덤은 자손들에게 부담만 줄뿐이다.
그래서 나는 무덤의 무용론자이다.


 

 


매동마을 입구에서 난데없이 개 한 마리가 나타나 우리 일행을 따라 온다.
일행 중에 먹을 것을 주니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잘도 받아 먹는다.
목줄을 맨 목 밴드도 차여져 있고, 청결상태로 보아 유기견 같지는 않다.
이름을 바둑이라고 즉석에서 지어 줬다.
이후 이 바둑이는 둘레길 마지막 종착점까지 우리와 뒤를 따라왔다. 

 

 

 


          

아무리 네 집으로 가라고 쫒아도 계속 따라왔다.


요즈음 도심에서는 유기견이 많다. 기르다가 싫어진다든가 큰 병이 걸리거나 이사 갈 때 공원

같은 곳에 버리고 간다고 했다. 심지어는 시골이나 섬에 관광 갔다가 버리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TV에서

전하기도 한다. 정말 비정한 사람들이다. 농촌이나 어촌에서는 그런 개들을 걷어 먹이는데 일손이 모자라

이것도 골치라 전한다.
하기야 치매노인을 시골이나 섬 같은 곳에 버리고 오는 세상인데...
오늘 만난 바둑이는 그런 유기견이 아니길 바란다.

포장된 임도가 끝나고 드디어 지리산 숲길이 나타난다.
어린 소나무가 꽉 들어찬 숲길에 접어드니 솔향 내음이 너무 좋다.

 

 

 

 
지리산 둘레길은 숲길도 좋지만 마을과 마을로 이어지는 길이 더 좋다.
그 길에서는 순박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진솔한 삶의 흔적들과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을 통하여 나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다.
 
 

 

찻집인가? ‘길섶’이라는 표지판이 너무 앙증맞게 예쁘다.
그러나 시간이 없어 들르지 못함이 못내 아쉽다.
표지판처럼 찻집도 예쁘지 않을까 싶다.
 

 

 

 

 

 

 


 
손에 닿을 듯 길가에 가까이 있는 감이다. 지리산 길 곳곳에 노란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지만 따는지 마는지

수확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일손이 모자라서 안 따는 것인지 상품화가 되지 못해 안 따는 것인지 모르겠다.
못 먹는 땡감인가? 따지 않는 감이니 까치들만 호사하게 된 듯 하다.

 

 

●매동마을 앞에서 점심을 먹다.

 

 

 


매동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마을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어느 민박집 천막에서 점심을 먹는다.
아주 잘 진 민박집은 대문을 열어 둔체(원래 대문이 없다.)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빈 집이었다.

우리는 주인 허락도 없이 물을 쓰고, 길가에 설치해 놓은 천막 에서 밥과 라면을 끓였다.

밥보다 라면이 더 인기다.
바둑이도 여전히 따라와서 우리와 점심을 함께한다.

 

 

 


>다음장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