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索의 窓門/여행~

7.창원마을에서-종착점 금계마을까지(마지막 회)

migiroo 2009. 11. 2. 06:26

 

 

7.창원마을에서-종착점 금계마을까지

 

▶둘째 날 걷기(제2구간-4) 

 

●창원마을...
 

지리산 천왕봉 까마득한 아래 창원마을이 앉아 있다.
다랑이 논 아래  마을이 보이고 마을에는 순박한 시골 사람들이

오순도순 삶의 세월을 쌓아가고 있다.
황금빛 다랑이 논에서는 수확 직전의 황금빛 벼들이 가을바람에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보상을 다 받는 듯싶다.
 
창원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면내의 각종 세(稅)로 거둔 물품들을 보관한 창고가 있었다는 것에서 유래됐고 인근의 원정마을과 합쳐져 현재 창원마을이 되었다고 전한다.
다른 마을에 비하여 경제적 자립도가 비교적 높은 마을이라서

그런지 마을이 윤택해 보인다. 아울러 인심도 후할 것 같다.


 

 

                                                          ▲창원마을 전경

 

 

 

 

걷기 여행은 시간에 쫓기면 그 의미가 반감된다.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걸으면서 만나는 산천과 시골 풍경을 음미 하면서
자신을 성찰해 보는 여행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일행 중에 자꾸만 빨리 가야 한다고 재촉하는 사람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의 종착점 금계마을에서 인월(중군마을)로 가는 버스 시간을 맞춰야 되기 때문이다.

버스를 놓치면 2시간 이상 기다려야 다음 버스가 있다 하니 어쩔 수 없이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다.


이제 종착지 금계까지는 불과 40여분이 남았다. 버스는 오후 4시15분에 있다 하니 서둘러 가지 않으면

버스를 놓칠 것이 뻔하다.
아쉽지만 창원마을 안으로 들어가 보지 못하고 스치듯 지나쳐 금계 방향으로 발 걸음을 재촉한다.

여행은 가는 길 오는 길 부딪치는 여정이 더 소중하다는 말을 처음 시작할 때 새겼었는데 그것마저

마음대로 안 된다.


 
 ●금계마을로 가는 하늘 문

 
창원마을을 벗어나 금계로 가는 길목에는 하늘 문이 있다.
숲 너머 하늘이 보이고 그 터널 같은 숲길을 넘어 가면 금계에 이른다.
‘하늘문’ 이라는 이름은 임으로 우리가 붙인 이름이다.
이름을 붙이고 나니 참으로 그럴 듯한 이름 이다.

 

 

 


●마지막 종착지 금계마을
 

 하늘문을 지나 한 구비 넘어서니 금계이다.
금계로 들어가는 길은 의외로 좁은 길이다.
그러나 논두렁길을 지나고, 수수밭을 지나고,

감나무 밭도 지난다.

 

빛바랜 이정표 옆으로 작은 흙길이 우리들의 발길을 잡는다. 황토 흙 그것이 주는 부드러운 촉감, 오솔길의 유연한 곡선,
그리고 한없이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녹색 풀들....
이런 것들은 거친 사람의 심성을 안정 시켜주고 청청하게

해준다. 조밭을 지난다. 


치렁치렁 잘 익은 조가 금방이라도 우수수 아래도 쏟아 질 듯 탐스럽다.
우리 일행 젊은 여자분 중에 조와 수수를 선뜻 구분한다.
나 자신도 내 머리 메모리가 지워졌는지 조와 수수의 구별이 희미하다.
갈대와 억새 또한 선뜻 구분하기가 헷갈린다.   
일행 중 야생화를 잘 아는 여자 한분이 그 구분하는 법을 잘 설명해 준다.
기왕에 여기에 사진으로 한번 알아보자.


○수수와 조의 구분  

 

이제는 우리 식탁에서 거의 사라진 수수와 조의 구별을 어른들도 기억 속에서 희미해 졌으니 요즘 신세대

청소년들이나 아이들이야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억새와 갈대


낭만의 계절 가을을 말하라면 갈대와 악새를 빼놓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 또한 수수와 조보다도 더 분별하기가 어렵다.
기왕에 말이 나왔으니 여기에 갈대와 억새에 대한 사전적 구분을 해본다.

 

▸갈대

갈대를 잘 변하는 여자의 마음에 빗대지만 그러나 갈대(여자)만큼 강한 것도 없을 것이다. 태풍에 거목은 꺾이지만 갈대는 꺾이거나 쓰러지지 않는다. 

습지나 갯가, 호수 주변의 모래땅에 군락을 이루고 자란다. 줄기는 마디가 있고 대나무처럼 속이 비어 있고, 잎은 가늘고 끝이 뾰족하다. 잎 집은 줄기를 둘러싸고 털이 있다.
꽃은 8~9월에 피고, 수많은 작은 꽃 이삭이 줄기 끝에 달리며, 처음에는 자주색이나 나중에는 담백 색으로 변한다.(*백과사전 요약)

 

 

▸억새 

 

산과 들에서 자란다. 높이 1∼2m로, 뿌리줄기는 굵으며 원기둥 모양이다.
잎은 줄 모양이며 끝이 갈수록 뾰족해지고 가장자리는 까칠까칠하다.
꽃은 9월에 줄기 끝에 부채꼴로 피고 작은 이삭이 촘촘히 달린다.
(*백과사전 요약)


지금은 이렇게 명확히 구분해도 며칠 지나면 또 갈대와 억새을 분별하지 어려워진다. 누구는 산에 있는 것은 역새이고, 들이나 냇가에 있는 것은
갈대라 하지만 산에도 갈대가 있고 냇가에도 억새가 있다.

 

 


●마지막 이정표
 

 


마지막 이정표를 지나니 아주 예쁜 수수밭 고랑 길이 나타난다.
잘 익은 수수가 금방이라도 터질듯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수수밭을 지나니 어느새 마지막 종점 금계 마을 어귀에 이른다. 

 

 

 
산에서 내려오는 마을 초입에 왠 인도어 간판이 보인다.


“라마스테”

 
나마스테(Namaste)는 인도의 신성한 일종의 인사말이다. 
그러니깐 우리말로 치면‘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이런 인사말 쯤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도어 간판이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인도여행을 갔다온 사람이
마을에 찻집이나 레스트랑 같은 것을 낸듯하다.

 

 

 

드디어 금계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보인다. 
마을 집들이 하나, 둘씩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그곳에서 사는
순박한 사람들의 냄새가 바람에 실려온다.
 

금계란 이름은 지형이 닭 모양을 닮아서 금계라고 했다고 한다.
원래 이름은‘노디목’이었는데, 노디는 징검다리라는 뜻의 사투리로 칠선계곡에 있는 추성, 의중, 의탄,

의평 등의 마을 사람들이 엄천강 징검다리(노디)를 건너는 물목마을이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금계마을 뒤에서 정면으로 바라보면 칠선계곡이 한 눈에 들어온다.
칠선계곡은 한라산의 탐라계곡, 설악산의 천불동계곡과 함께
남한의 3대 계곡에 속한다. 


칠선계곡이 그렇게 유명한 곳인 줄 금시초문이다.
더 늙기 전에 꼭 한번 가보리라 마음먹는다.
제발 환상에 그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내 생애에 지리산 등반은 딱 3번 다녀왔었는데...
칠선계곡 등반은 하지 못했다.
지금은 등반로가 잘 닦여 있다니 오르기도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누구 함께 갈사람 없소?“
 

 

금계마을 초입에 들어서니 어느 양철지붕의 폐가가 먼저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에 살던 사람들은 다 어디갔는지 마당에 잡초만 무성하다.
모두 돈 벌러 도회지로 나갔나...?
한 때는 온 가족이 오순도순 살아겠지만 이제는 폐가의 외로운 신세가 되어 
세월의 흔적만 잔뜩 뒤집어쓰고 있다.
저런 집은 얼마나 할까?아마도 무지하게 싸겠지...?
저런 집 싸게 사 수리하여 나 혼자 살면 어떨까?
한 10여년 쯤 살다보면 나도 집도 조용히 끝나 버릴 것 아닌가.

 

 


폐가와 유가(사는 집)의 차이가 이렇게 다르다.
감이 주렁주렁 벽에 매달려 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맛있는 곶감이 될 것이다.
달콤하고 부드럽고 쫀득쫀득한 꽂감 맛이 혀끝으로 전해온다.
집 주인은 어디가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들어가 보지 않아도 사람의 흔적이 여실히 묻어있다.


오후 4시 20분. 드디어 다 왔다.
천만다행히 버스는 조금 시간 늦는 듯 했다.
손바닥만 한 버스 정류소 안에 할머니 한 분이 앉아 계신다.


“할머니 어디 가세요?”
“나 이잉~ 인워얼 가는디....”


할머니 얼굴에서 돌아가신 어머니 얼굴이 오버랩 된다.


“할머니 인월엔 뭐하려 가세요?”
“잉~ 그기에 우리 알라 살어...”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눈앞에 전개됐다.
매동마을에서 따라온 바둑이가 우리 뒤를 따라 지금 막 버스 정류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럴 수가...


“이러다가 너 이놈 집 잃어버리는 것 아냐?
“빨리 네 집에 가지 못해...”

 

 

그러나 바둑이는 내 배낭을 빤히 꼬나보고만 있다.
아마도 배낭 안에 먹을 것을 찾는 모양이다.
아까 산길을 걸어 올 때 배낭 속에 있던 카라맬을 몇 개 까 준 것이
이놈 기억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우리 일행 중 한분(윤교장)이 바둑이를 보고 의미 있는 한 마디를 한다.


“그래서 뭐랬어요. 내가, 인연을 두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렇다. 인연을 두지 말았어야 했다.
처음부터 단호히 쫒아 버렸어야 했는데 그저 귀엽다고 쓰다듬고,
먹을 것 주고 하다 보니 계속 따라왔고 결국 종착점까지 왔으니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우리는 가야하고, 저 놈은 돌아가야 하는데....
공연히 인연을 두어 서로 헤어지가 아쉽게 됐다.
 

 

 

버스가 왔다. 우리는 바둑이를 뒤에 놔두고 우루루 버스에 탔다.
버스는 미련을 두지 않고 순식간에 속력을 내어 달린다.
바둑이는 우리가 탄 버스 뒤를 한참을 뛰어 따라오다 사라졌다.


“정말 인연이란 좋지 않군.”


난 속으로 뇌까리며 그 놈(바둑이)이 제발 무사히 제집으로 돌아가길 바랬다.
버스는 불과 20분 만에 우리가 새벽에 출발한 중군마를 정류소에 도착하여 우리를 풀어 놓고

인연이 없는 곳으로 쏜살 같이 달아나 버렸다.


 
●지리산 둘레길 순례기 후기

 

 

 


지리산 둘레길을 갔다 온지 며칠이 지났다.
비록 긴 도보 여행은 아니었지만 참으로 의미 있었던 여행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조금은 앞만 보고 걸은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도보 여행은 출발과 도착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가는 여정을
충분히 느끼고 가슴에 정취를 담는 것이 더 중요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다시 한 번 도보 여행을 하고 싶어진다.
다음 길은 섬진강 길을 걷고 싶다.
혼자서라도 좋다.

이번 여행에 함께 해준 경주 박물관대학 도반들에게 감사한다.


●에필로그


지리산 둘레길 순례에 참여하신

도반 여러분!!!

어려운 시간을 내어
참으로 힘들게 30여 키로의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걸으면서 옆 도반들과 수다도 떨면서
재미있는 시간도 보냈습니다.
또한 힘들게 걷고 걸으면서 이 생각 저 생각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을 줄 압니다.
그리고 불만 없이 참 잘 걸어준 든든한 당신의 다리와 
멋진 당신의 모습도 발견 하셨겠지요.

멋진 당신, 멋진 그대!!!
이제 지리산에 속진을 다 비우고 내려왔으니,
다시 내 삶의 세상으로 나가면....
참으로 좋은 생각만...,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만....
가슴 속에 채우면서 삽시다.

이번 순례 중 불편한 점, 마음상한 점도 많았을 줄 압니다.
그러나 도심에 살면서 알게 모르게 쌓였던 속진을 말끔히 씻고
내 영혼에 신선한 유산소를 공급했다고 생각하면 이번 순례 길이

 

보다 의미 있는 여행이 되었을 것입니다.

여러분!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마지막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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