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知로 가는 땅/영혼의 나라

인도여성의 전통의상, 사리에 담긴 비밀

migiroo 2010. 2. 21. 01:43

 

 

인도여성의 전통의상, 사리에 담긴 비밀

 

 

 

인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여럿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인도 여인들이 입는 전통 의상인 '사리(sari)'야말로 아름다운 인도문화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겠다. 금으로 치장된 화려한 장신구와 함께 여인들이 자신을 치장하는 데 있어 필수인 이 아름다운 전통의상은 서양복식이 전파된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입는 일상복과 다름없는데... 여기서 드는 의문점! 인도는 익히 알다시피 영국의 식민지배를 18세기 때부터 받았는데 왜 인도여성들은 입기 쉽고 활동성이 좋은 서양식 의상을 입지 않는걸까?(상대적으로 남자들은 '멋없는' 와이셔츠에 바지 차림이 많다.) 물론 아름다움으로 따지자면야 사리가 묘한 매력이 있는 게 훨씬 뛰어난 게 사실이지만(심지어 사리를 입고 빗자루질을 하는 남루한 처자마저 아리따워 보일 정도니+ㅅ+;;) 몇겹이나 둘둘 몸에 말아야 해 입기 불편하고, 심지어 바닥에 천자락이 끌리기까지 해 활동성 면에서는 편할 리가 없는데, 심지어 대도심에서조차 대부분의 여인들이 이 사리를 입고 다니니, 뭔가 '사리'에는 옷의 편의성과 디자인을 능가하는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게 분명할 터!

 

 


인도에 대한 신비감을 더욱 더 깊게 만들어주는, 그리고 인도를 방문하는 여행자에게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 인도 여인들의 전통의상 사리에 담겨져 있는 비밀은 역시나 종교의 나라 인도답게 힌두교의 근원인 '카스트'에 기인하고 있다. 인도인들은 일종의 '순수성'이라 할 수 있는 카스트에 의해 '정'과 '부정'을 나누는 기준이 있는데 '정'은 말 그대로 깨끗한 것이요, '부정'은 깨끗하지 못한 것이라. 카스트에 의해 깨끗하다고 여겨진 계급은 깨끗하지 못하다라고 여겨진 계급과 접촉하면 부정을 탄다고 여기는데 이 규율은 오늘날에도 엄격한 것이어서 계급, 직업은 물론 심지어 의복에서까지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의복에 있어서 인도인들이 여기는 부정한(깨끗하지 않은) 옷은 무엇일까? 눈치 빠른 이들은 벌써 알아채렸을 지도 모르지만 바로 '바느질'한 옷이다. 의상에 흠집을 내는 바느질은 옷의 영혼을 손상시키기에 바느질을 한 옷은 부정하고 천한 옷이라는 것이다. 우리네 역사에서는 일찍히 남편을 여의고 홀로 자식들을 키워온 과부님들 생계를 잇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던 홑바느질이 인도에서는 아예 존재할 수도 없었겠지. 그렇기에 사리는 사실 옷이 아니라 너비 1미터에 길이 5~6미터의 한장짜리 천(1970년대 인도를 다녀온 일본인 여행가 세노 갓파의 여행기에 따르면 원래는 규격에도 엄격한 규율이 있어 너비 1.1미터에 길이 5.25미터란다.)이다. 이 천을 몸에 둘둘 말아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셈인데 내막을 알고 나면 참 어이가 없기도 하지만 또 이런 천 한장으로 그렇게 아름다운 옷맵시를 낼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

 

 


사리는 원래 섹시함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맨몸에 입는 게 원칙이지만, 오늘날에는 '쫄리'라 부르는 몸에 짝 달라붙는 상의와 함께 입는다. 이 쫄리는 일종의 '탱크탑'으로 배꼽이 드러나며 여전히 옛날의 의복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서북부 라자스탄에 가면 신기하게 앞만 가리고 등쪽은 가리지 않는 원초적인 스타일도 볼 수 있다. 사리 말고 보다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사왈수트'를 들 수 있는데 우리네로 치면 일종의 개량한복으로 무릎까지 내려오는 상의와 바지, 그리고 숄을 함께 입는데 사리보다 훨씬 편하고 서구 복식에 가까운 옷이다.(인도를 다녀온 사람들 대부분조차 이 옷을 '펀잡'으로 잘못 알고 있는데 '펀잡'은 인도북부와 파키스탄 동부에 걸쳐이는 펀잡 지방에 사는 펀자비들이 입는 옷으로 이 옷을 '펀잡'이라 부르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한다.)

 

 


아무튼 계급, 직업도 모자라 옷에까지 카스트를 따지는 인도인들. 덕분에 여성들은 오늘날에도 아름답기는 하나 이 불편한 옷을 입어야 하는데... 인도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 이 사리를 입은 여인들의 모습은 너무도 이국적이고 인상적인 풍경인 거라. 그리고 계급에 따라 옷감의 질도, 문양도, 그리고 색깔도 천차만별인 사리를 입은 모습을 보면 오늘날 인도인들의 삶의 한 단면을 엿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주절이주절이 지겹게 말로 풀 게 아니라 이쯤에서 직접 사리를 입은 여인들의 모습을 소개하는 게 포스팅하는 이의 의무자 도리겠지! 하지만 남자들에 비해 외부인들에 대한 경계가 심하고 아무리 사진에 관대하다지만 동의를 구하지 않고 함부로 여인네들 사진을 찍었다간 '경 치는' 곳이 또 인도라... 일일이 동의를 구하며, 조심조심 찍었던 지난 인도 여행에서 만난 사리입은 인도 여인들의 모습들과 그네들이 함께 한 인도의 소소한 풍경들이다.

 

 출처: 글/사진 : 지루박멸연구센타 구라가이드 우쓰라씨(http://blog.naver.com/ichuf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