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索의 窓門/思惟의 방

9.山과 아들

migiroo 2009. 9. 14. 11:58

 

"山과 아들"  

거의 일년 만에 서울에 있는 아들애가 지방에 사는 아버지에게 왔다.
아버지는 오랜만에 아들을 데리고 산에 오르기로 했다.
날씨가 무척 무더웠지만 아들과 함께 땀을 흘릴 수 있는
방법은 산행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아들과 함께 땀을 같이 흘린다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에 오르면서 아들과 대화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아직 장가를 못 보낸 아들이다.
직장이 시원찮으니 모든 것에 자신이 없어 보이는 아들...
대기업에 다니는 것만이 어엿한 직장이 아닐진대...
세상은 모두 직업이 아니라 직장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그래서 나이 서른이 됐는데도 배우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사람의 됨됨이 보다는 먼저 직장이 어디냐에 따라
아가씨들이 남성을 구하는 척도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즈음 청년들은 기필코 좋은 대학에 나와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고 자신의 인생을 전부 걸고 있는지 모른다.

땀을 뻘뻘 흘리며 해발 1,083m 울산의 高山 간월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산길임에도 아들은 몹시 힘들어했다.
산행 한 번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바쁜 직업에만 매달려 있으니
운동인들 제대로 하였겠는가. 힘들어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육십 고개를 넘은 아버지의 발걸음도 따라오기 힘이 드는지
아들은 자꾸만 뒤쳐져 따라왔다.
사실은 아버지도 힘이 들었다.
예전 같지 않아 점점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절감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아들에게 힘들어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아들의 발걸음을 재촉하여 정상을 향하여
무거운 발걸음을 내 디뎠다.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아버지와 아들의 땀을 식혀 주었다.
김밥을 먹으면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한다.

“아들아 힘들었지...?”
“아버지도 힘이 들었단다.”
“사실은 중도에서 돌아가고 싶었지만...
  너에게 중도 포기를 보여 줘서는 안 된다고 여겼기 때문에
  힘이 들었지만 끝까지 정상까지 오른 것이란다.“
“오늘 산행 같이 네가 세상 살아가는데도 무수히 많은 역경과
  어렵고 힘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한번 가든 길을 끝까지 가보지 않고 중도에서
  포기 하고 돌아 선다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 하는 일에 긍지를 갖고 끝까지 해 보는 거다.”
“알겠니?”

산행을 마치고 아들과 사우나 하고
식당에 가서 돼지 갈비에 술도 한잔 아들과 함께했다.
내일 아침 아들은 또 서울로 돌아 갈 것이다.
아버지는 또 혼자 남을 것이고...

이 놈이 잘 해야 될터인데....
아버지는 버스에 오르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글:미지로(2007.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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