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迷妄]
오늘은 하루종일 황량한 겨울 들판을 헤매이다
대지 위에 어둠이 깔려서야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그 차디찬 논두령 밭두렁 길을 얼마나 걸었는지...
벼를 베고 난 허허한 들판을 얼아나 헤집고 다녔는지...
그러나 찾고자 하는 如는 끝내 찾지 못하고
기진맥진 지친 몸을 끌고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왜 하필이면 황량한 겨울 들판이냐구요?
그 들판에 꼭 如가 있을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집에 돌아오니 온 몸이 쑤시고,
이마에 열이 펄펄 났습니다.
머리도 지끈지끈 아팠습니다.
연신 마른 기침이 나고 기침을 할 때마다
이마에 땀 방울이 맺혔습니다.
가슴은 온통 시켜먼 먹물이 되여 있었고
정신은 혼미한 상태에서 방황했습니다.
미친 사람처럼 들판을 헤매고 다니던 내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지워 지질 않습니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릅니다.
모두가 그 놈의 如 때문입니다.
나는 걸핏하면 미친놈처럼 如를 찾아 다닙나다.
부처 말입니다.
형상도 실체도 없는 그 잘난 부처를
찾아 다닌지도 벌써 수 십년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그 여를 찾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그 如는 내 자신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평생을 그 놈의 如를 찾아 다니다가
생을 마감할 지도 모릅니다.
아마 죽어서야 그 如를 찾게 될런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오늘도 이렇게 如를 찾아 헤매입니다.
드디어 견디지 못하고 오늘 병원을 찾았습니다.
젊은 의사는 그저 몸살 감기라고 하면서
혈관 주사 한데 놔주고 약 3봉을 처방해 주고는
불친절하게 나를 병원 문 밖으로 내쳤습니다.
하늘은 올려다 보니 텅빈 허공 뿐 이였습니다.
그 허공 속 어디에도 내가 찾고자 하는
如는 보이 질 않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迷妄입니다.
如도 迷妄이고,
부처도 迷妄이고,
나 자신도 迷妄입니다.
제기랄....
- 어느 겨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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