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8.18(수) 한겨레 신문 기사
-홀몸노인100인 시대의 초상
인천 동구 만석동 9번지 ‘쪽방촌’에서 혼자 살고 있는 김근선(74) 할머니는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2007년과 2008년 겨울을 보일러도 켜지 못한 채 넘겼다. 할머니는 “얼어 죽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고 말한다. 할머니에겐 출가한 딸이 있지만 오히려 자신이 도와줘야 할 정도로 생활 형편이 어렵다. 해서 할머니는 사단법인 ‘인천 내일을 여는 집’ 쪽방상담소가 운영하는 ‘괭이부리말 희망일터’에서 동네 홀몸노인들과 함께 샤프심을 통에 넣는 일을 한다. 머리카락처럼 가는 샤프심을 스무개 넣어 한 통을 완성하면 10원을 받는다. 이렇게 눈이 시려 눈물이 나고 손이 새카매지도록 일해 한달에 15만원 정도 번다. 한데 지난 3년간 희망일터 운영을 돕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이 올해로 끝나 이 일거리마저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
▲김 할머니가 만석동 쪽방촌 골목길로 퇴근하고 있다.
통계청은 최근 “혼자 살아가는 ‘홀몸노인’ 가구가 올해 104만3989가구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은 몸이 아프거나 명절이 돌아오면 외로움이 뼛속까지 사무친다고 한다. 일터에서 돌아온 김 할머니는 오이지와 고추조림 반찬 두가지뿐인 밥상에서 찬물에 밥을 말아 홀로 저녁 식사를 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인천/강봉규 기자>
나는 이 기사를 보고 한참을 멍한 상태로 사진만 처다봤다. 이 김할머니같은 분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이 계실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할머니 앞에 차려진 밥상을 바라본다. 묵은 김치와 나물 한 종기, 그리고 물에 만 밥 한 공기.... 그 모습이 비수처럼 내 가슴에 꽂힌다.
나의 밥상차림은 어떤가? 너무 호화롭다. 진수성찬에 가깝다. 그러나 우리는 늘 진수성찬의 밥상앞에서도 불평한다. 먹을게 별로 없다느니, 맛이 별로 없다느니하고 말이다.
헤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4대강 사업 같은 거.... 그 천문학적 비용으로 이런 우리사회의 소외계층의 밥상(삶)을 인간답게 차려 드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분이 이런 실상을 알기나 하나 모르겠다.
>미지로의 횡설수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