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5.22
●速度戰
속도전(速度戰)하니깐 언뜻 북한의 김일성이 떠오른다.
천리마운동이니, 새벽별 보기 운동이니, 속도전이니 하면서
작업현장에 붉은 현수막을 내 걸어 놓고 인민들을 다그쳐 가며
작업을 밤낮없이 독려하든 용어이기 때문이다.
그런 속도전 용어가 요즘 심심 찬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바로 MB 정부의 4대강 공사 진척 상황을 속도전 공사라고
빗대어 이르는 소리이다.
속도전의 사전적 의미는 주어진 시간 내에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고자 하는 일의 추진 방식을 말한다.
그 대신 빨리빨리 하는 만큼 필연코 공사의 부실과 오류를
낳게 되고 그로 인하여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을 앓게 된다.
4대강 사업이야말로 바로 속도전의 표본이고,
속도전 공사로 인한 그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극명하게 가르쳐 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4대강 공사를 제대로 하려면 수십 년 동안의 공사기간을 잡고
무리수 없이 차근차근 진행해야 되는 국가의 대역사(大役事)이다.
공사 자체뿐만 아니라 강물의 변화에 대한 추이 상태라든가
주변 자연환경의 변화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 해 가면서 공사를
서둠없이 진행해 나가야 된다.
그래서 이런 대역사는 현 정권에서 다음 정권으로
그리고 그 다음 정권으로 공사가 이어져 국가의 백년대계를 바라보면서
사업을 추진해야 되는 것이 정상적인 공사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단 2~3년 내, 현 정권의 임기 중에 후다닥 끝내 버리려 하고 있다.
그래서 공사는 속도전으로 변하여 밤낮없이 진행하게 된 것이다.
임기 말이 아니라 더 앞당겨 금년 말까지 대부분의 공사를 완료한다고 하니
현장 감독들이 공사 인부를 다그치고 닦달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바로 MB 정권의 치적만을 자랑하려는 의도이다.
정말로 위험한 집착과 욕망이다.
그래서 지금은 단 2년 만에 전체 공정이 70% 정도나 진척이 되고 있다고 한다.
●후유증
그러나 드디어 우려했던 속도전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부실의 후유증이 서서히 노출되기 시작하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터져 나와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우선 이번 달 초에 발생한 경북 구미지역 단수 사태만 봐도 알 수 있다.
일주일 동안이나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구미시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물론 구미 지역의 단수의 원인은 무리한 4대강 공사 때문이다.
작은 봄비 하나로 낙동강 해평 취수장에 4대강 공사를 위해 설치한
임시 제방이 내려앉으면서 단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무리한 4대강 공사로 인한 후유증은 앞으로 더 심각해 질 것이 뻔하다.
이미 남한강 8개 지천의 제방이 붕괴되고 강바닥의 침식현상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5월22일 현재 전국 4대강 공사장이 작은 비가 올 때마다 잇따라 강물에
침수되고 있고, 4대강 지천들에서는 빨라진 물 흐름 때문에 강둑이나
제방의 흙이 쓸려 내려가는 역행침식 같은 부작용이 이미 벌어지고 있어
장마철을 앞두고 지천 곳곳에서 홍수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한다.(이상 23일자 한겨레신문 기사 인용)
4대강 속도전 공사의 후유증은 토목 공사에 국한 하지 않고 있다.
인명 피해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도 전해진다.
현장 근로자들이 밤낮없이 강행되고 있는 일을 감당키 어려워
안전사고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12명이나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 그 실태가 정말 심각하다.
그러나 공사 강행자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속도전의 가속 패달을
더욱 깊게 밟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반대를 외쳐봤자
속도전 앞에서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고 우이독경(牛耳讀經)일 뿐이다.
●죽은 목소리들...
4대강 공사 저지에 목숨을 걸겠다고 국민 앞에 외치던 정치권의
목소리는 지금 모두 어디로 갔는가?
야당은 지금 꿀 먹은 벙어리가 됐는지 아무런 목소리가 없다.
선거철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종교계 목소리도 쑥 들어가 버렸다.
삭발, 단식까지 하면서 4대강 공사 반대를 부르짖던
그 단호한 목소리들도 폭풍 후의 바다처럼 잔잔해 졌다.
다만 힘없는 환경단체들이나 나약한 지율스님 같은 분들과
그리고 몇몇 언론사 등에서만 4대강 사업의 심각성을
부르짖고 있으나 메아리 없는 외로운 싸움 일뿐이다.
국민들도 관심이 둔해 진 듯 하다.
막강한 권력자의 앞에서는 아무리 부당함을 부르짖어 봤자
그저 모든 주장이 허무한 공염불일 뿐이다.
●아! 강이여, 산하여~~~
그분은 최근 국민들에게 말했다.
“지금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일부 있을지 몰라도
완공을 하고 나면 얼마나 잘 한 사업인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글쎄 그럴까?
강의 역사를 바꾸는 사업이 인간들에게는 당장 이로울지 몰라도
강은 인간들만이 것이 아니라 모든 생태계가 공존하고 있는
공유의 강이라는 것을 인식하면 분명 4대강 공사는
잘못된 사업임이 자명하다.
강의 역사에 죄를 짓는 행위이다.
신을 노엽게 하는 행위이다.
4대강 뿐만이 아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강이고, 지천이고 할 것 없이 국토의 모든
하천 바닥에는 포크레인의 붉은 폭군들이 들어 앉아 강바닥과
하천바닥을 연일 파먹고 있음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4대강 공사는 씻을 수 없는 오류이고 역사에 대한 역행이다.
국토를 갈기갈기 찢어 붉은 피를 내고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내는 것이다.
아아!
우리 산하여~~~
우리 강이여~~~
정말 미안 합니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합니다.
*위의 사진들은 신문사나 기타 관련 기관에서 인터넷에 실은 것을
켑쳐 한 것입니다. 저작권에 위배 된다면 즉각 삭제하겠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미지로(2011.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