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진 이야기~
▷2011.9.13
나쁜 아빠, 나쁜 아들~
아비가 서울의 아들에게 전화를 한다.
“야, 니 카메라하고 내 카메라하고 바꾸자.”
아들이 아비에게 대답한다.
“아빠 안 돼요.”
아비가 아들에게 호통을 친다.
“뭐, 안 돼? 이 불효막심한 놈 같으니라고....”
이렇게 ‘바꾸자, 안 돼요’ 하면서 부자간의 다툼이 오늘도 한 차례 오고 갔다.
그러나 아들놈은 끄떡도 안 한다.
자기 것 보다 좋은 아들 카메라와 바꾸자는 아비이니 나쁜 아버지이고,
아비의 요구를 들어 주지 않는 불효막심한 아들이니 나쁜 아들이다.
(히히~ 정말 웃기는 부자지간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디카를 가지게 된 것은 꽤 오래 됐다.
지금은 거의 다 누구나 디카를 가지고 있지만 1997년도 처음 내가 디카를 샀을 즈음에는
주위에 디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러니깐 나의 디카 소유 경력은 15년이 넘은 셈이다.
그런데 그 십 수 년 동안 나는 사진만 찍었지 사진이 어떻게 찍히고 어떻게 찍는 것인지 전혀 알려고 하지를 않았다.
그냥 ‘오토모드’ 에만 놓고 셔터만 눌러 댄 것이다.
자동으로 놓고 찍으면 카메라가 스스로 알아서 사진을 찍어 주니 별로 아쉬울 것이 없었다.
그 동안 나는 디카 기종을 4번이나 바꿨으면서도 여전히 나의 사진 촬영 수준은 초보도 아닌 그냥 무외한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한 달 전 거금(?)을 주고 산 것이 삼성의 NX11 카메라이다.
이 카메라는 삼성이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 내 놓은 야심작으로
외국의 DSLR 전문 카메라에 대항하여 만든 소위 ‘미러리스’ 카메라이다.
나는 이제야 뒤 늦게 카메라에 눈이 뜨이기 시작했다.
비싼 카메라를 샀으니 전문가처럼 좋은 사진을 찍어 보기로 한 것이다.
우선 그 복잡한 카메라 용어부터 배우고 대충 인터넷 정보를 수집하여
기초적인 사진 찍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전문가 흉내를 내면서 날마다 카메라를 둘러매고
들로 산으로 다니면서 사진 찍기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들애가 최신 DSLR카메라를 들고 집에 왔다.
나는 그 카메라를 들고 여기 저기 다니면서 사진을 찍어 봤다.
내가 좋아 하는 아웃포커싱인가 뭔가 하는 것도 내 의도대로 잘 되는 듯했다.
그리고 팬포커싱도 잘 되고, 망원 줌 기능도 내 카메라보다 훨씬 좋았다.
비로소 나는 미러리스 카메라와 DSLR 카메라의 장단점과 차이점을 조금 알게 됐다.
그리고 조금 더 돈 주고 DSRL 카메라를 살 걸 후회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어찌하랴...
이미 거금 주고 미러리스를 샀으니 내 형편에 그리고 내 주제에 무슨 전문가라고
또 카메라(DSLR)를 살 수 있나 하고 그냥 미러리스 카메라를 쓰기로 했다.
그래서 아들애가 가지고 있는 DSLR 카메라와 내 미러리스 카메라와
맞바꾸자고 떼를 쓰며 아들애에게 졸라 된 것이다.
그렇다고 DSLR 카메라가 Mirrorless 카메라보다 더 좋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접사사진 같은 미세한 사진을 찍으려면 아무래도
미러리스 보다 DSLR 카메라가 용이 할 것 같기 때문이다.
두 기종 모두 100만 원대의 고가이나 DSLR가 조금 더 비싼 편이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가볍고 휴대성이 뛰어나고 DSLR 카메라의 기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카메라 성능과 기능을 완전히 터득하면 DSLR 뭇지 않게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초짜이면서 카메라만 좋은 것 가지려고 하니 이 또한 오만이고 허영이 아닌가 싶다.
공연히 아들놈만 불효자 만든 셈이다.
그러니 아주 나쁜 아빠가 아니가?
오늘은 아파트 주변 공원에 가서 “피라칸샤스”라는 열매를 접사했다.
아직은 작품 수준이 아니고 그냥 사진에 불과 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준 사진작가쯤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내일도 또 사진 찍으러 나 갈 것이다.
어느 분이 내게 와서 사진 찍기에 좋은 소재가 따로 없다고 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사진 소재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나 아직 나의 눈은 사물을 잡아내는 셔터가 닫혀있다.
카메라의 셔터처럼 나의 눈은 아직 카메라의 기계적 셔터에 불과 할 뿐이다.
진정한 사진의 세계를 들여다 볼 마음의 셔터가 준비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식물이나 자연, 곤충 등, 사물의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세계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눈은 카메라 렌즈의 앵글 속에 있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내 마음의 앵글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눈으로는
불 수 없는 진정한 사물의 오묘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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