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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있는] 32번 째 다육이(자제옥) 이야기~

migiroo 2012. 5. 5. 01:11

>2012.5.3

 
[♪~음악이 있는] 32번 째 다육이(자제옥) 이야기~

 
♣슬픈 ‘자제옥’ 이야기~

 


길을 걷다가 길가 화원에 들렀다.
화원만 보면 마법에 걸린 것처럼 그냥 지나지지 못한다.
화원 앞에는 가지가지 어린 봄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자신들을 데리고 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화원 안쪽에 작은 다육이 들도 올망졸망 앉아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백모단, 라울, 언성, 정야, 입전, 상조, 발디, 설연....
성미인, 홍미인, 월미인...
멘도사, 프리티, 엘레강스, 라일락, 클라라...등
거의 국민다육(값이 싸고 흔한 것 종)들이다.

 

 


그런데 그 국민다육 중간에 아주 요상하게 생긴 놈이 눈에 띄었다.
“엇, 뭐 저렇게 생긴 놈이 있지...?“
한 마디로 말해서 아주 못생긴 모습 그대로였다.


바로 ‘자제옥’ 이라는 다육이다.
자주색 둥굴 뭉텅한 잎 두개가 벌어져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이 마치 악마의 아가리(입) 같았다.
(사실 악마의 아가리가 어떡케 생겼는지 모르지만....)


그런데 이놈이 수많은 다른 다육이 보다도 값이 훨씬 비쌌다.
크기는 엄지손가락만한데 희귀하게 생겼기 때문에 값이 좀 나간다 했다.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이쁜(?) 화원 아주머니가 사라고 조르는
바람에 그만 아주머니 상술에 넘어가 그놈을 사고 말았다.
3,000원을 깎아 15,000원에 샀다. 
내간엔 정말 큰 맘 먹고 샀다.
우리 집에 있는 다육이 들은 대부분 국민다육이 들로
모두 값이 싼 것 밖에 없다.

 

 

 


집에 와서 멋진 고급 화분에 옮겨 심었다.
물도 주지 않고 흙은 습기가 좀 촉촉한 마사토를 사용했다.
디카로 멋진 사진도 찍어 우리 집 입양을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보름정도가 지났다. 그런데 이게 어인일인가?
이놈이 주인을 잘 못 만났는지 물을 잔뜩 먹고 탱탱 불어 있지 않은가.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니 물 먹은 고무풍선 터지듯이 푹 터져 죽고 말았다.
정말 어이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잘 못 관리를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인터넷을 뒤여 ‘자제옥‘ 관리 요령을 찾다가 찾지 못하고
너무 안쓰러워 죽은 그놈을 몇칠 째 들여다 보다가
오늘 드디어 죽은 그놈의 사체(?)를 아파트 화단에 버리고 말았다.

 

 

 


그놈이 주인을 잘 못 만난 것인지....
내가 그놈을 잘 못 만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처음 살 때 그 생긴 모습을 악마의 아가리 같다느니...
요상하게 생겼다느니....하고 저주스런 말을 해서 그랬는지...
인연이 없으니 만나자 마자 영원히 이별을 고하고 말았다.


고품격 희귀한 다육이 보다는 비록 천한(?) 저가 다육이지만
여러 환경에도 잘 견디며 잘 자라는 국민다육이를 더 사랑하자.
사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더 인간적이고 강한 쪽은 상류층 사람이 아니라 서민들이다.
모양으로 사랑하지 말고 마음으로 사랑하자.


슬픈 ‘자제옥’ 잘 가거라.
안녕...
 

♬배경음악:One Voice Concer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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