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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있는] 33번 째 다육이'벨루스'이야기~

migiroo 2012. 6. 27. 09:21

>2012.6.27

 
[♪~음악이 있는] 33번 째 다육이'벨루스'이야기~

 
♣'벨루스' 두번 째 이야기~


한 송이 을 피우다.

 

 

 

 

다육이 ‘벨루스'가 딱 한 송이 꽃을 피웠다.
별처럼 아름답고 영롱한 빨간 꽃이다.
그 꽃이 내 가슴을 너무 아프게 한다.
그녀(벨루스)의 고통이 아직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에게서는 이생에서의 마지막 개화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의 초라한 옷(화분)을 벗겨버리고 예쁜 새 옷으로 갈아 입혔다.
이런 나에게 그년 보답이라도 하듯 한 송이 찬란한 꽃을 피운 것이다. 

 

내가 다육이를 시작한 것은 2년 전의 일이다.
지금은 아파트 베란다에 100여개의 다양한 종의 다육이 가족이 살고 있다.
그런 다육이 중에 ‘벨로스’는 딱 하나....
내가 다육이를 시작하기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유일한 녀석 이다.

 

 

 


벨루스는 다른 다육이에 비하여 별로 예쁘지도 우아하지도 않다.
작년에 그녀는 정말 찬란한 별꽃을 무려 10송이나 피웠었다.
혼신을 다해 꽃을 피우고 산고를 겪듯 그녀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버렸다.
그녀는 점점 쇠약해 갔다. 곧 죽음을 맞이할 태세였다.


나는 과감히 그녀가 피운 꽃들을 모두 가위로 제거해버리고
화분에서 그녀를 뽑아 새로운 영양토로 갈아 주었다.
그녀의 잎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진드기가 서식하고,
하얀 솜털 같은 곰팡이가 잔뜩 끼어 있었다.
붓으로 진드기와 곰팡이를 털어주고 약물도 뿌려 줬다.
그러나 나의 특단의 의술(?)은 아무런 효험도 없었다.
마치 말기 암에 걸린 것처럼 그녀는 시들시들 축 처져서
겨우겨우 죽지 못해 생명을 연명해 나갔다.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갔다.
겉잎들을 모두 제거 하고 성치 않은 뿌리도 제거했다.
흰 곰팡이도 작은 붓으로 말끔히 털어내고 약도 뿌려줬다.
병든 잎을 모두 제거하니 어른 주먹만 했던 것이 갓난아기 주먹만 해 졌다. 
그렇게 그녀는 힘겨운 병고와 싸우며 지난겨울을 견뎌냈다.


그리고 수개월, 그녀가 새로운 기운을 차리는가 싶더니.
또 다시 곰팡이 병에 걸려버렸다.
나는 할 수 없이 그녀를 안고 다육이 전문 화원에 가서 치료를 부탁 했다.
그녀를 보더니 화원 주인이 내게 말을 했다.


“ 이거 버려버리고 새 벨루스를 들이세요.”


짜식~순간 나는 화를 버럭 내고는 그녀를 안고 화원을 뛰쳐나오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는 그 화원과는 발을 끊어 버렸다.


나는 그녀를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그녀로부터 솟아난 사랑을
내 가슴 속에서 하나씩, 하나씩 지워나갔다.


버릴까, 말까...


그러나 나는 결국 그녀를 버리지 못했다.
봄이 되고 여름이 왔지만 그녀의 건강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그녀는 늘 시름시름 앓으며 지독한 곰팡이 병과 싸우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지냈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특별한 선물을 해 주기로 했다.

정말 비싼 빨간 장미 꽃으로 장식된 화분 하나를 샀다.

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 없은 수제화분이다.

나는 그녀를 그 꽃 화분에 옮기고 물도 듬뿍 주었다.

그리고 그녀를 아파트 베란다 밖 화분대로 내 놓았다.

새벽 이슬도 받고 아칠 햇살도 받고 시원한 바람도 받도록 해 주었다.


그렇게 한달쯤 지났을까, 그녀는 나에게 보답이라도 하는 듯
딱 한 송이 빨간 별꽃을 피웠다.
나는 그녀의 열정에 너무 감동해 하루 종일 그녀와 시간을 보냈다.
내 가슴에 말라있던 사랑의 샘물이 다시금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대 벨루스여, 절대로 죽어서는 안 된다.
나도 늙었지만 그대처럼 한 송이 꽃을 기필코 피우리라....
늙음을 결코 슬퍼하거나 외로워하지 않으리라....
밤 하늘에 반짝이는 벨루스의 별처럼

나도 그렇게 영롱하게 빛내리라.

 

 

 

 

♬배경음악:One Voice Concer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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