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索의 窓門/思惟의 방

질감(質感)

migiroo 2014. 11. 23. 23:34

 >2014.11.21


질감(質感)


장작을 패던 중 큰 통나무를 잘라 앉은뱅이 의자를 만들었다.
썩은 껍질을 벗겨내고 거친 부위를 다듬었다.
마지막으로 표면을 매끈하게 페이퍼 질을 했다.
나무의 화려한(?) 변신.....
땔감으로 잘라온 나무가 용도 폐기되지 않고 다시 부활한 순간이다.
나무 결의 부드럽고 정겨운 질감이 너무도 좋다.

 

 

 

 

 


마당 한구석에 둥근 바위하나가 있다.
화분대로 사용할까하고 주변 길옆에 박혀 있던 것을
포클레인을 동원 옮겨다 놓은 것이다.
마당에 옮겨 놓고 보니 고인돌 같기도 하고 원형 탁자 같기도 하여
화분대 보다는 석 탁자로 사용하는 것이 더 운치가 있을 것 같았다.

홀로 있으면 외로울 것 같아 작은 돌을 그 옆에 놓으니 다정한 모녀 같다.

 

 

 


빙~ 둘러 앉아 차 한 잔 마시면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탁자...
그래서 생각하다가 통나무 의자를 즉흥적으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만들고 보니 그 질감이 너무나 좋았다.
이런 나무의 질감은 어데서 나오는 것일까?

 


質感이란 무엇인가.


어떤 사물을 보고 느끼는 마음과 정신적 감정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질감은 마음(느낌)이다.
질감은 나무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에서 받는 느낌이다.


질감은 다분히 동양적이다.
한국의 질감은 모나지 않다.
부드럽고 유연하다.
급하지 않고 서두름이 없다.
오만함과 독선이 없고 겸손하다.


청자의 색에서 그 은은한 질감을 느낀다.
백자의 순백에서 청빈한 질감을 느낀다.
옛 여인네들의 옷의 색감에서 사랑과 평화의 질감을 느낀다.
천년 고찰 퇴색된 단청에서 한없이 고졸한 질감을 느낀다.
폐사지에 홀로 남은 이끼 낀 석탑에서 장구한 세월의 질감을 느낀다.
박물관의 선사시대 토기에서 생명의 질감을 느낀다.
다 해진 시골집 돌담에서 과거와 현재의 질감을 느낀다.
한지에서 거침이 아닌 부드럽고 따뜻한 질감을 느낀다.

 

    

 


가장 한국적인 질감.....
모든 질감은 자연의 나무(숲)와 흙에서 비롯된다.
질감은 마음의 파동이다.
사람에 따라 질감의 차이는 있다.
현대인들은 질감에 인색하다.
정신보다는 돈 만능주의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사람은 질감에 무디다.
이타심(利他) 보다는 이기심(利己)이 앞서기 때문이다.
오늘 나무를 다듬으며 질감에 대하여 생각해 봤다.


산촌의 겨울 하늘이 너무 맑다.
그리고 햇볕이 너무도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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