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나의 생각, 나의 思考

榮枯一炊(영고일취)

migiroo 2014. 12. 3. 21:35

>2014.12.3
 
榮枯一炊영고일취 

 

불로그에 올린 지난 글을 뒤적이다가 '영고일취'를 발견하고 다시 여기에 올린다.

비러머글~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달라진게 없기 때문이다.

 

 

 


 

몸과 정신이 점점 녹슬어 가고 있다.
걸핏하면 감기에 걸려 콧물을 찔찔 흘리고,
조금만 무리한 활동을 해도 금세 몸살이 나곤 한다.


비러머글~~~


혈압의 수축기, 이완기 수치가 고장 난 체중계의 바늘처럼 중심을 못 잡고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고혈압 전 단계임을 은근히 암시하고 있다.
아직은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고 의사가 말했지만 할 수 없이 고혈압 약을 
하루에 한 알씩 목에 털어 넣는다.
얼마동안이나 약을 먹어야 되느냐하고 물으니 의사 하는 말이 고약하다.
죽는 날에도 한 알 먹고 죽어야 하는 약이라고 한다.


비러머글~~~


아침에 일어나면 침이 자꾸 마르고 배뇨감도 시원찮다.
오래 앉았다 일어나면 가끔씩 빈혈증상도 일어나고,
불면증도 심해서 황진이의 동짓달 긴긴밤처럼 눈서리가 끼곤 한다.

치아도 성한 게 없어 우물우물 씹지도 못하고 음식물을 산체 삼켜 버린다.

바야흐로 지는 꽃이고, 저무는 시간이다.

 

비러머글~~~


그러나 가장 힘든 것은 육신의 아픔이 아니고, 정신의 허함이다.
갱년기 오십대 여인의 우울증과 허망함 같은 슬픔이 하루에도 몇 번씩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가곤 한다.
사랑의 샘물은 말라 버려 열정의 감정도 식어버렸고,
그 작은 불씨마저 지금 꺼져 버렸다.

영고일취(榮枯一炊)라는 고사숙어가 생각난다.
한 인생이 꽃피고 시드는 것은 한번 밥짓는 순간 같이 덧없고 부질없음을 이르는 말이란다.
아직은 살 날이 조그 남아 있으니 이렇게까지야 허무한 감정을 가질 필요가 없겠지만
내가 어찌 도 닦는 스님도 아닌데 영고일취의 진리를 알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나는 이렇게 쇠퇴의 길 위에 서 있어도 내 삶에 감사하며 산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나는 복 받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한국남자 3명중 1명이 걸린다는 그 몹쓸 병이 아직은 나를 찾지 못하고 있고,
정신도 말짱하여 치매 같은 증상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시력도 비교적 좋아 돋보기 안 쓰고 신문을 읽을 정도이고,
고전 음악도 틀어 들을 수 있으니 이만하면 청각도 좋은 편이다.
그리고 이렇게 졸작의 글도 쓸 수 있고, 책도 잘 사보니 정신상태도
그럭저럭 건전한 편이다.


그러나 가장 슬픈 것은 외로움이다.
허허벌판에 서 있는 것처럼 늘 마음이 허하기 때문이다.
그 외로움을 달래려 장난감 하나를 샀다.
카메라라는 장난감이다.
이걸 매고 다니며 동네방네 구석 저 구석을 찍고 다닌다,
남들은 사진 찍어 뭐 하냐고 묻지만 뭐 하려고 찍는 것이 아니다.
그냥 거기에 골몰하고 집중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야 외로움을 견디고 고독을 이겨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하루 해가 진다.

 

해가 다 지기전 오늘 하루 내 삶을 다시 생각해 본다.
세상을 늘 아름답게 바라보며 살자.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도 아름답게 바라보자.
육신이 쇠퇴해 간다 해도 절망하지 말자.
세상 모든 어떤 것들도 쇠퇴하다 끝내 한 줌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내일은 하늘이 더 맑을 것이라 한다. 
지는 꽃에도 아름다움이 있다.

이런 날에는 한 잔 마셔야 하는데 이 시간에 함께 소주 한잔 나누며
수다를 떨어 줄 친구가 없다는 것이 또 슬프다.
혼자 마시자니 더 청승맞고 고독할 것 같고....


그래 모든게 다 '영고일취' 다. 
나의 꽃이 피었다가 지고 있으니 榮枯 이고,
삶이 모두 덧 없음이니 一炊이다. 


 
>미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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