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4.12 산촌 편지(19) 이눔의 돌멩이~
밭을 일구다 보면 흙속에 박힌 돌을 골라내기 바쁩니다. 그럴 때 마다 허리를 굽혔다 폈다 수없이 반복해야 되니 허리가 휠 지경입니다. 그래서 돌을 주워 낼 때 마다 화풀이를 하곤 합니다.
“이눔의 돌멩이 같으니라고....”
돌을 집어 획~ 하니 울타리 밖으로 내쳐 버립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돌은 본디 자기 자리에 있었는데 사람이 제집인양 돌을 내치고 있으니 어찌 보면 적반하장입니다.
잠시 뒤 이번에는 밭두렁 축대를 손보면서 쓸만한 돌을 찾습니다. 그리고는 조금 전에 내쳐버린 돌을 다시 주워 옵니다. 이번에는 돌멩이가 입을 삐쭉거리며 말합니다.
“아니, 버릴 때는 무슨 심보이고 다시 주워 올 때는 무슨 맘이지....”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골라낸 돌을 한쪽 구석에 모아두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쓸만한 곳이 생기면 다시 사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돌을 골라내면서 ‘아무리 하찮은 돌멩이일지라도 다 쓸모가 있다’는 진리를 문득 깨닫습니다.
언젠가는 돌멩이도 사람도 한 줌 흙으로 돌아 갈 것입니다. 그러나 돌은 사람보다 훨씬 오랫동안 돌로서 이 세상에 존재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돌이 사람보다도 더 존재감이 있는 실체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암튼 사람도 돌멩이도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 갈 것입니다. 그러니 둘은 모두 같은 부류가 아닌지 생각 듭니다.
‘하찮은 돌멩이 하나라도 소중히 하라‘
인터넷 어느 이웃 불로거님의 글이 생각납니다. 그분은 막돌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돌탑을 쌓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십니다.
그분의 글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돌은 물가에 있는 갯돌과 땅에 있는 막돌이 있다. ................... 갯돌은 마치 도시의 매끈한 몸매의 아가씨라면 막돌은 화장이라고는 모르는 허름한 산중 아가씨다.
막돌은 각(角)이 있어 돌끼리 서로 맞댈 때 틈이 적어서 보기에도 좋으려니와 단단하게 결속해준다. 그래서 돌탑을 지나칠 때는 누구라도 돌 한두 개는 올려놓는다. 아무리 하찮은 막돌 하나라도 다 쓸모가 있다는 그 분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둡니다. 만약에 이 세상에 돌멩이가 없다면 어찌 될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벌어 질 것 같습니다.
사회악을 일삼은 못된 사람 중에는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쓸모없는 돌은 없지 않을까 생각 듭니다.
이제 생각을 바꾸어야 하겠습니다. 흙 속에 박힌 돌을 골라낼 때 마다....
“아하, 돌 맹아 반갑다. 나 하고 놀자....”
오랫동안 잠에서 깨어난 돌이 내개 말합니다.
“안녕, 고마워 햇빛을 보게 해 주어....”
이제 돌을 줍는다고 허리를 굽혀도 아프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기분 좋은 날입니다. 내일은 또 반가운 봄비가 내린답니다.
>未知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