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4. 3
산촌 편지(21)
봄꽃은 피었는데...
J, 오랜만에 편지를 씁니다.
어느덧 산촌에도 봄꽃은 피었습니다.
그러나 산촌 사람에게는 꽃구경할 참이 없습니다.
밭 매고 씨 뿌려 농사짓기에 너무 바쁘기 때문입니다.
텃밭의 흙 파다 보면 하루해가 너무 짧을 지경입니다.
밭에 퇴비를 뿌려 일주일 쯤 기다렸다가 흙을 뒤집어 줍니다.
그리고 흙을 잘게 고른 다음 비닐 멀칭을 합니다.
그런 다음 읍내 장날에 나가 어린 상추, 부추, 대파를 사다
모종하고, 쑥갓은 씨를 뿌려 파종합니다.
그제와 어제는 하루 종일 씨감자를 사다 심었습니다.
씨감자는 눈이 잘 뜨인 쪽을 소독된 칼도 쪼갠 다음
아궁이의 잿 가루를 묻혀 이틀 정도 놔뒀다가 땅에 심습니다.
4월 중순 쯤이 되면 가지, 토마토도 조금....
강낭콩, 오이도 심을 것입니다.
고구마, 쪽파는 6월이 되면 심을 거구요.
작은 텃밭에 여러 종류의 작물을 심으려 하니....
이제 늙어 밭농사하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그렇지만 힘들여 재배한 농작물들을 도심에 사는
이웃들과 나누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힘들어도 행복하기만 합니다.
이렇게 농사짓다 보면 봄은 다 가고
봄꽃도 다 지고 없을 것입니다.
TV을 보면 도심의 봄은 정말 화려하더이다.
도심 공원마다, 강변마다, 산책길 마다, 도로변 화단마다....
온실에서 키운 형형색색의 꽃들로 단장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도시 사람들에겐 봄은 축제의 계절입니다.
그러나 산촌 여기저기에는 야생화가 피어있지만.....
농부들에겐 봄을 즐길 시간적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
J, 이사 간 새 아파트는 어떠한지요.
도심을 떠나 와 산촌에 둥지를 트진 3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아파트 생활이 그리운 것을 보면.....
나는 아직 진정한 산촌 사람이 되지 못한 듯합니다.
그러나 내가 직접 재배한 무공해 채소들과.....
맑은 공기, 새소리, 바람소리, 계곡물 소리.....
이런 것들과 늘 함께 할 수 있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답니다.
밭을 가니 오늘은 봄비가 내립니다.
촉촉이 젖어 들어가는 밭을 바라보니
농심은 마냥 행복하기만 합니다.
>미지로 떠나는 길. 未知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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