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 일기/산촌 편지~

산촌 편지(18)-사월이 오면...

migiroo 2015. 4. 1. 21:37

>2015.4.1

 

4월이 오면....

 

4월이 됐습니다.
아침부터 산촌에 안개와 이슬비가 내립니다.


오랜 가뭄, 숲들이 갈증을 풀기엔 턱없이 부족한 비지만
그래도 이슬비를 머금은 잎들에 생기가 돕니다.
산기슭에는 온갖 야생초들의 새파란 새싹이 돋아나 있습니다.
그야말로 봄은 소생의 계절이고 환희의 계절인 듯합니다.


지난달에 마당에 이식한 동백이 밤사이 개화를 시작하더니
홍매도 질세라 며칠 사이 활짝 만개 했습니다.
뜰 악의 노란인동초도 어느새 파란 잎들이 돋아나 있고
지난주에 심은 작약구근도 빨간 새싹을 뾰족이 내밀고 있습니다.
자연은 이렇듯 참으로 신비하고 경이롭습니다.
사람도 겨울 동면을 하다 봄이 되면 깨여나 다시 소생 활동을 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산촌에 이슬비가 내리는 날은 밖에 나가 딱히 할 일이 없습니다.
밭고랑을 팔수도 없고 논두렁을 낼 수도 없습니다.
그저 책을 보던가. 당신(도심)곁을 박차고 떠나온 후회스러움을
자책하며 하염없는 상념에 빠져 죄 없는 시간만 죽치곤 합니다.


봄이라 하지만 산촌의 낮은 체감 기온은 온 몸을 으스스 춥게 하여
밤이 되면 아궁이에 군불을 지펴야 되고 난로에 불을 댕겨야 합니다.
인적이 드문 산촌, 사람구경 못한지가 열흘이 넘었나 싶습니다.  
내일은 사람구경하려 읍내라도 나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날이 개이면 또 밭에 나가게 될 겁니다.
아직 고추, 고구마 모종 준비가 안 되었거든요.


4월이 되면 파종과 모종할 채소류들이 너무 많습니다.
고추, 가지, 오이, 토마토, 깻잎, 당근....
그리고 오이, 호박, 딸기, 고구마도 심어야 되겠지요.

이렇게 많은 종류의 채소류를 나만 먹자고  심는게 아닙니다.

이웃과 친지들과 함께 나눠먹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에  

조금 힘들어도 즐거운 마음으로 농사을 짓는 것입니다. 


시골에서의 4월은 너무 바쁜 계절입니다.
그러나 외롭지만 행복합니다.  

 

 

▲자욱한 안개비가 내리고 있는 산촌의 풍경입니다. 잣나무 사이로 겨우 두어 채의 집이 있을 뿐입니다.

 

 

▲산촌으로 들어가는 잣나무 숲길도 안개비가 내립니다.


 

▲개화하기 시작한 동백꽃입니다. 내년에는 더욱 아름답고 풍성한 꽃을 피우리라 믿습니다.

 

 

▲늦게 만개한 홍매화입니다. 이식한지 1년이 되지 않아 지금은 별로 볼품이 없지만 내년쯤에는 정말 아름다운 홍매화를

  보여 줄 겁니다.

 

 

▲노란인동초도 새파란 잎이 나왔습니다. 어쩌다 여기까지 날아와 둥지를 틀었는지 그래도 그 추운 인동(忍冬)을

  견뎌내고 잎을 피우니 6월되면 노란 인동초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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