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5.12
산촌편지(20)
자연은 경외의 존재....
간밤엔 새 찬 비바람이 온 산촌을 흔들어대더니
아침이 되자 비는 가고 바람만 남아서 숲들과
즐거운 유희를 하고 있습니다.
해발 1,033m 앞산 고헌산도 이제는 정상까지 연초록 봄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이렇듯 이젠 봄이로구나, 하고 기뻐했던 때가 엊그제 같았었는데.....
벌써 한 낮의 기온이 초여름인걸 보면 계절은 어느덧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산과 들의 숲들은 간밤의 비로 물기를 흠뻑 머금어 더욱 싱싱해 졌고
흐르는 계곡 물소리는 장중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생명 소리 가득한 자연의 존재는 참으로 위대합니다.
도심에서는 자연이 개발의 대상이 되어 무참히 난개발이 되가고 있지만....
산촌에서의 자연은 존엄 그 자체이고 존경과 두려운 경외(敬畏)의 대상입니다.
오늘도 나는 자연 속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 되어 자연에 감사하며
하루를 열고 하루를 닫으며 살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에 멋진 소나무 한 그루를 구하여 마당에 심었습니다.
영산홍도 수십 그루, 덩굴장미도 울타리에 빼곡히 심었습니다.
3년생 감나무도, 10년 생 엄나무도 마당가에 심었습니다.
올 봄엔 농원에서 대추나무, 앵두나무도 사다 심고,
산에서 키 큰 진달래, 철쭉도 케 다 심었습니다.
잎이 붉은 남천도 울타리 밑에 잔뜩 심었습니다.
4월에 꽃이 너무 예쁘게 피는 홍매도 옮겨 심었습니다.
야생화도 심었습니다.
하늘매발톱, 분꽃, 해바라기, 접시꽃, 봉선화, 채송화...
망초, 제비꽃, 인동초, 참나리, 난초, 수세미....
그리고 화려한 국화와 작약도 심었습니다.
그런데 심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왔는지 돌나물도
화단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자라고 있습니다.
이렇듯 곧 우리 집 울타리는 빨간 장미꽃으로...
화단은 야생화 천국으로...
뒷마당은 앵두, 감, 대추가 주렁주렁...
그야말로 자연 속의 집을 미리 상상해 봅니다.
그런데 작년 가을에 무리하게 심은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아무래도 죽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엄나무, 남천, 감나무, 소나무 등이 살까 말까... 그렇습니다.
지난 겨울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뿌리 활착이 어려웠나 봅니다.
결국 소나무는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죽을 것 같았던 엄나무도 남천도 용케도 소생했습니다.
홍매와 앵두나무는 아직 살까말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감나무는 완전히 죽은 것으로 간주 뽑아내려고 했는데
엊그제 보니 기적적으로 좁쌀만 한 움이 3개 트였습니다.
다른 집 감나무는 잎이 벌써 무성한데 이제야 움이 트이다니....
나는 환호성을 내질렀습니다.
그리고 감나무의 끝질 긴 용기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렇듯 자연은 죽고 살고를 끊임없이 이어갑니다.
바로 생(生)과 멸(滅)의 순환입니다.
나도 이 생사의 법칙에 곧 순종 할 것입니다.
자연 속에 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자꾸만 외로워지는 이유는
왠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편리한 도심생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未知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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